[광화문에서/김창혁]생애 최초의 주식투자

  • 입력 2005년 12월 9일 02시 59분


얼마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주식 투자라는 걸 해 봤다. 동아일보 경제섹션을 보다가 어떤 기사에 ‘필’이 꽂혀―나중에 필자 얘기를 들은 친구의 표현이다―다음 날 바로 말로만 듣던 그 주식 투자라는 걸 행동에 옮겼다. 어느덧 사십 중반을 막 넘기려는 나이가 됐고, 투자금액도 소액이긴 하지만 나로서는 실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었다.

마음 한구석에 ‘동아일보 기자가 동아일보 기사를 보다가 주식을 사면 혹시 내부자거래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금융 전문가인 친구는 그런 나를 보고 ‘무지(無知)의 극치’라고 혀를 차며 ‘필’이 꽂히는 대로 한번 해 보라고 했다. 언제 그런 기회가 있겠느냐며….

중동에 플랜트를 수출하는 기업이었다. 사실 중동에 가 본 적도 없고, 그 기업은 더더구나 모른다. 다만 한 가지. 친구에게 이런 얘기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중동의 민주화와 이라크의 재건에 대한 나름의 정치적 믿음은 있었다. 그 믿음을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독재 권력 유지에 들어가던 오일 달러가 국민의 삶을 위해 사용된다면 한국 기업들은 중동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는 ‘투자 분석’도 내렸다.

미국의 이라크전쟁을 비판해 온 사람들은 비웃을지 모른다. 그들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 이라크의 평화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들은 또 베트남전쟁 때 그랬던 것처럼 미군은 결국 백기(白旗)를 들고 철수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거듭 ‘이라크 승리 전략(National Strategy for Victory in Iraq)’을 내놓고, 부시 대통령이 연일 “내가 최고사령관으로 있는 한 이라크에서 도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고 해서만은 아니다.

1913년 영국 외교장관 에드워드 그레이와 런던 주재 미국대사 월터 페이지는 이런 대화를 나눈다. 멕시코에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직후다.

그레이=멕시코에 무력으로 개입할 생각인가?

페이지=우리는 그들이 투표를 하도록 그리고 보통선거의 결과에 따르도록 할 것이다.

그레이=그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페이지=다시 가서 새로 투표하도록 만들 것이다.

그레이=20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페이지=우리는 그들이 투표와 스스로 통치하는 법을 배울 때까지 200년 동안 머무를 것이다.

부시 행정부로까지 이어져 오는 미국의 인권 제국주의, 민주 제국주의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다.

미국은 이라크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파병 규모는 줄이겠지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베트남이 아니라 ‘제2의 코리아’가 될 때까지.

15일엔 이라크 총선이 있다. 1월 과도정부 구성을 위한 임시선거 때의 투표율이 58%였다. 1420만 유권자 중 846만 명이 테러의 위험을 무릅쓰고 투표장을 찾았다. 베트남보다는 결국 ‘코리아 모델’로 갈 것이라는 희망의 징표였다. 이번엔 더 많은 사람들이 투표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자유 이라크’를 향해 갈 것이다.

10년 뒤 쯤엔 내 생애 최초의 주식 투자도 빛을 발할 것이다.

김창혁 국제부 차장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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