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부과 대상이 공시가격 ‘9억 원 초과’에서 ‘6억 원 초과’로 바뀌면 내년부터 20만 명이 추가로 세금 고지서를 받게 된다. 이들 중에는 투기와 관계없이 평생 번 돈으로 집 한 채 마련해 10여 년 살다 보니 집값이 오른 중산층도 상당수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해 빚을 내 학원이 많은 동네로 이사한 사람도 있다. 매년 종부세를 수백만 원 이상 낼 수 있는 큰 부자는 남고, 부담이 힘겨운 중산층은 집을 팔고 떠나라는 것이 종부세 강화의 취지인가.
징벌(懲罰) 성격의 종부세는 정부가 범법 탈법 투기꾼을 제대로 가려낼 능력이 없으니까 집값만을 기준삼아 ‘부자 때리기’의 정치적 효과도 보고 세금도 더 짜내겠다는 발상을 깔고 있다. 국민 재산권에 영향을 주는 조세정책이 핀셋이 아니라 몰매를 주는 몽둥이 수준에 머문다면 ‘무능 정부의 정책 횡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또 머지않아 세금이 집값에 얹혀져 가격 불안을 증폭시킬 우려도 높다.
100일 전 “부동산 투기는 이제 끝났다”던 한덕수 경제부총리의 선언을 비웃듯 여러 곳의 집값이 되올랐다. 고소득층과 공무원 등이 가담한 기획부동산 투기도 여럿 적발됐다. 반면 일부 지역에선 공급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8·31 관련 입법이 늦어진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지만 ‘몽둥이’ 세금으로는 투기를 막을 수 없음이 확인된 것으로 봐야 한다.
정부는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든 원죄(原罪)에도 불구하고 ‘편 가르기’ 부동산 대책으로 저소득층의 지지를 다지는 부수입을 얻었다. 그러나 이런 접근으로는 빈부격차 완화나 서민의 경제력 증진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중산층의 집단적 조세저항까지 부르고 시장을 흔드는 정책이 아니라, 부담자가 납득할 수 있게 세금을 매기고 근본적인 중산층 육성정책을 펴는 것이 성공한 정부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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