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설득력 없다

  • 입력 2005년 12월 9일 02시 59분


대한항공(KAL) 조종사노조가 어제 파업에 돌입하면서 하루 수출입 피해만 2000여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크리스마스 특수(特需)를 맞은 중소 수출업체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한다. 연말 수출물량이 많은 반도체 등 첨단기술 제품의 수출 차질도 심각하다. 항공 및 항만 노조의 잇단 파업은 수출 및 물류 분야의 국제 경쟁력을 위협하는 주요인이다.

조종사노조는 기본급 6.5%, 상여금 50%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종사 기장의 초임 연봉은 9900만 원, 평균 연봉은 1억2000만 원이다. 노조 요구대로 하면 성과급을 합해 연평균 2237만 원을 더 받게 된다. 초임만 놓고 봐도 미국 노스웨스트항공사의 9300만 원보다 많다.

더욱이 조종사노조는 임금 인상에다 해고자 복직까지 요구하고 있다. 조종사들이 무리한 파업에 나서는 것은 시장 지배력을 믿기 때문이다. 파업 비용의 상당 부분을 국민과 고객에게 떠넘길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노선의 100%, 국제 화물노선의 68%를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우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노스웨스트 등 미국 4개 항공사는 최근 파산보호신청을 냈다. 델타항공은 인력의 17%인 9000명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미국 항공업체들은 구조조정이 끝나면 대한항공 주력 노선인 태평양 노선에서 저가(低價) 공세를 펼 태세다. 국내시장에도 저가 항공사가 진입하고 있다. 조종사들의 설득력 없는 파업으로 고객의 신뢰를 잃게 되면 대한항공의 지위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조종사노조는 눈앞의 이익만 꾀하다가 노사가 함께 어려워지는 상황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임금이 조종사의 4분의 1도 안되는 중소 수출업체 근로자들의 처지도 헤아려 노동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기 전에 파업을 끝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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