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동정민]총학생회 ‘추락’엔 이유가 있다

  • 입력 2005년 12월 12일 02시 55분


강추위가 몰아친 9일 밤 제49대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7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결선투표 투표율이 유효 투표율인 50%에 한참 모자란 35.04%에 머물렀기 때문. 투표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9일 캠퍼스 곳곳에 투표함을 추가로 설치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선관위는 10, 12, 13일 등 3일 동안 추가 결선투표에 들어갔다. 지난달 22∼24일 실시된 선거는 유효투표율을 간신히 넘겼지만 1, 2위 간 표차가 오차 범위를 넘지 못해 결선투표를 했다. 하지만 이마저 한 차례 더 연장되면서 투표기간만 20일에 육박하고 있다.

“연장투표가 기말고사와 겹친 데다 날씨까지 추워 참가율이 50%를 넘어설지…”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고려대 총학생회도 투표율이 43.8%에 그쳐 내년 3월 재선거를 실시하기로 했다. 다른 대학들도 가까스로 총학생회장을 뽑는 데 그칠 정도로 투표율이 저조하다.

요즘 총학생회 선거의 골칫거리는 낮은 투표율뿐만이 아니다.

성균관대에선 총학생회장 후보가 모두 선거법 위반으로 자격이 박탈돼 선거 무효가 선언됐다. 하지만 ‘총학생회장이 없으면 학생회비를 안 내서 좋은 것 아니냐’는 글이 공공연히 대학 게시판에 오를 정도로 총학생회는 ‘무시’를 당하고 있다.

한 졸업 예정자는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축제 외에 총학생회가 무얼 했는지 기억나는 게 없다”며 “운동권이나 비운동권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말했다.

총학생회의 이 같은 추락은 학생들의 선거 무관심과 후보들의 의욕 과잉이 빚은 결과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학생들이 갈수록 사회 문제보다는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관심을 쏟고 있는 가운데 후보들마저 선거법 위반을 일삼아 추문을 만들어 내니 총학생회의 위상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굳이 총학생회란 틀에 얽매이지 않아도 좋은 시대가 온 것 같다. 총학생회도 이제 학생들의 요망을 합리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조직으로의 변신을 강요받고 있다.

동정민 사회부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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