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76이 침착한 수.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수비도 잘한다. 공격의 급소가 곧 수비의 급소가 되기 때문이다. 백 76으론 참고도 백 1로 젖히는 것이 기세 같지만 흑 4, 백 5를 교환하고 흑 6으로 끊으면 바둑은 복잡해진다. 백이 불리한 싸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유리한 형세에선 괜히 흙탕물에 빠질 필요가 없다.
흑 77로 뻗은 모습이 힘차긴 하지만 백도 82까지 유유히 연결해 백의 우세가 계속된다.
조훈현 9단은 7분여의 고민 끝에 흑 83을 둔다. 백이 둬도 선수가 되는 큰 곳. 중앙 백의 약점도 노리고 있다.
이세돌 9단은 별 고민 없이 손에 백돌을 쥔다. 그의 손길이 향한 곳은 좌상 귀. 그는 중앙에 치명적 약점이 있음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해설=김승준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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