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교정상화 40주년, 고개 돌린 韓日

  • 입력 2005년 12월 19일 03시 02분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을 맞아 아소 다로 일본 외상은 어제 “과거를 둘러싼 한국 국민의 심정을 엄숙히 받아들이며 과거사 문제에 진지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나가자 미래로, 다같이 세계로’라는 한일 ‘우정의 해’의 구호가 무색할 만큼 양국 관계는 전에 없이 냉각돼 있다.

우리는 근본 원인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아시아 경시 외교’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보수언론도 권유한 추도시설 건립을 외면한 채 개인적 미학(美學)을 앞세워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한 그의 오기(傲氣)가 상황을 악화시켰다.

그럴수록 양국 지도자들은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함에도 오히려 비(非)외교적 언행으로 감정 대립만 심화시켰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제주 정상회담에서는 “임기 중에 과거사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는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일관성을 잃었다. 일본도 아소 외상이 “(한국)대통령이 방일하지 않는다고 양국관계가 단절되지는 않는다”는 극언까지 했다. 모두 국내 정치만을 염두에 둔 포퓰리즘의 산물이었다.

지난 40년간 양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며 동아시아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선도했다. 국교정상화 당시 연 1만여 명이던 왕래객은 하루 1만여 명으로 늘어났고 교역량은 100배나 늘었다. 앞으로도 양국 간에는 ‘과거의 정산(定算)’ 못지않게 북한 핵문제 해결,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은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이르기까지 함께 성취해야 할 미래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리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경험했듯이 ‘공동의 미래’로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고 믿는다. 좋은 경험의 누적이 선순환을 이루어 나갈 때 양국 관계의 궁극적 개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래 지향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도록 양국의 정치지도자들이 새로운 지혜를 모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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