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자 희생의 원인을 따져 보면 위험한 폭력 시위를 기획하고 이끈 농민단체 지도부의 책임도 크다. 경찰은 불법 시위를 진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과정에서 경찰의 피해도 속출하고, 생명을 잃은 경우도 있었다.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는 경찰에게 진압봉도 없이 쇠파이프와 돌멩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으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시위대가 살상무기를 휘두르는 한 사고가 계속 날 수밖에 없다.
폭력 시위는 독재 시대의 유산이다. 민주화 시대가 된 지 십수 년이 지나도록 폭력 시위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는 완성 단계이지만 의식과 문화는 여전히 독재 시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독재 시대 이래의 폭력 시위에 둔감해져 같은 행태가 거듭돼도 법 집행이 엄격하지 않다. 홍콩 경찰이 원정 간 폭력 시위자 전원을 현장에서 연행한 것을 보더라도 국내의 시위에 관한 인식은 시위대 측이나 공권력 측이나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농민단체는 20일부터 추모 집회를 열고 22일부터 사흘간 청와대 앞에서 철야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홍 씨의 죽음에 흥분한 참가자들이 과격해진다면 또 얼마나 많은 농민과 젊은 전경이 다칠지 걱정스럽다.
어려서 고아가 돼 소작농으로 2남 2녀를 키우던 근면한 농부가 폭력 시위의 혼란 속에서 죽음을 당했으니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삼가 홍 씨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홍 씨는 잘못된 시위 문화의 희생자다. 그와 같은 안타까운 희생자가 더는 생기지 않도록 시위 문화를 바꿔야 한다. 경찰도 전경들이 자칫 과잉 진압에 나서지 않도록 교육과 훈련을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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