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립형사립고 확대’ 환영한다

  • 입력 2005년 12월 23일 03시 04분


교육인적자원부가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사학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자립형사립고(자사고) 확대 방침을 발표했다.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어제 이용훈 가톨릭사학법인연합회장(수원교구 주교)을 만난 자리에서 “자사고를 20개 정도로 확대하려고 한다. 천주교단을 비롯해 교계에서 자사고를 운영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학재단과 종교계를 달래려는 뜻이 읽히지만, 정부는 차제에 자사고 확대를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추진해 공교육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세계적 무한경쟁 시대이자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우수한 인적자원의 육성이야말로 국가경쟁력 확보의 원동력이다. 학생의 개인차(個人差)를 고려하지 않고 영재를 하향 평준화의 틀에 가두는 제도로는 나라도, 국민도 살아남기 어렵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평준화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보완하는 자사고 확대로 방향을 잡은 것은 다행이다.

시행 4년째를 맞은 자사고에 대한 교육개발원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평준화 교실에서 수월성(秀越性)을 발휘하지 못하던 인재들의 성적이 자사고에 들어와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 학생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으며 서로를 자극하고 경쟁을 벌인 결과다. 이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학교 설립자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재정을 지원해 학교 운영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는 평가 또한 사학 개혁의 한 방향을 제시한다.

많은 국민도 다양한 교육을 원하고 있다. 한국교총이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55%가 자사고 활성화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는 평준화 제도의 틀을 무너뜨리는 ‘귀족학교’라며 자사고 확대에 반대한다. 그러나 전체 2000여 개 고교 중에서 20개 정도가 자사고로 전환된다고 해서 평준화 제도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지 않고 자사고를 꾸려나갈 만한 재정 여건을 갖춘 사립학교는 소수에 불과하다. 현재도 과학고 외국어고 같은 특수목적고가 존재하지만 평준화제도는 유지되고 있다. 자사고 설립을 희망하는 재단 중에는 공부 못하는 학생만 받아 특수교육을 시키겠다는 곳도 있다. 여유계층에서 외국 사립학교로 조기유학을 보내는 마당에 국내에서만 고급교육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제화 시대에 역행하는 억지다.

물론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은 보완돼야 한다. 정원의 15%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을 성적순으로 지급하는 대신에 저소득층 자녀에게 우선을 두어야 한다는 교육개발원 평가단의 지적은 자사고 운영에 참고할 만하다.

현재는 말만 ‘자립형’이지 정부의 규제가 너무 많다. 선진국에서도 정부 예산의 지원을 받지 않는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학생선발, 교과과정, 등록금 책정에서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다. 규제 위주의 자사고 제도를 바꾸지 않고서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

정부 여당이 혹시 개정 사학법과 자사고 확대 정책을 맞바꾸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면 이 또한 잘못이다. 자사고 확대와 개정 사학법 재의(再議)를 함께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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