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는 10월 투기지역 후보에 올랐지만 정부는 지정을 미뤄 땅값 폭등을 막을 기회를 놓쳤다. 이곳은 땅값이 오를 만큼 오른 뒤인 내년 1월에나 투기지역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경남 진주시 역시 10월에 혁신도시로 선정돼 땅값이 껑충 뛴 뒤 이달 20일 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 “귀신이 아니고는 투기를 못할 것”이라던 정부 측 장담이 무색하다.
노무현 정부는 8·31 대책 발표 때 모처럼 자성(自省)하는 듯했다. “다수의 대규모 개발 계획이 발표 시행돼 투기적 수요가 급속히 확산됐고 개발지구의 토지보상금이 다시 유입돼 투기를 부추겼다”고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몇 달도 안 돼 또 개발 카드로 전국 곳곳을 투기판으로 만들고 있으니 그 책임을 ‘일부 부자들’에게만 떠넘길 수도 없게 됐다.
정부는 국토의 균형개발을 내세워 혁신도시를 들고 나왔지만 추진 첫 단계에서 보여 준 것은 ‘원칙 없는 나눠 주기’다. ‘선정 지역엔 개발의 떡, 탈락 지역엔 배려의 떡’을 돌린다고 한다. 재원은 물론 국민 혈세다. 충북 강원 경남 경북 전북에선 지역 내 도시 간 갈등이 심하다. 이름은 ‘혁신’이지만 부가가치를 새로 만드는 과정이 없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다. 당초 균형개발의 전제였던 ‘분권(分權)’ 개념도 약해졌다.
‘혁신도시’는 내년에 착공돼 2012년까지 125개 공공기관을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비용과 성과를 가늠해 볼 시범 사례나 성공 사례도 없는 고(高)위험 실험이다. 정부는 혁신도시 외에도 정보화마을, 기업도시, 각종 클러스터 등 일부는 서로 겹치기까지 하는 10여 종의 지역 활성화 정책을 쏟아냈다. 균형개발 전략을 재점검할 시점이다. 그러지 않고 언제까지 투기 광풍(狂風)을 뒤쫓기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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