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12월 27일자 동아일보는 ‘한국의 독립문제가 모스크바 3상회의(3국 외무장관회의)에서 논의될 수 있다. 소련은 신탁통치를 제의한 반면 미국은 즉시독립을 주장한다’는 내용의 워싱턴발(發) 외신기사를 옮겨 실었다. 같은 날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에도 이 기사가 실렸다. 미국과 소련의 방침이 외신보도와 다른 것으로 나중에 드러났지만 이미 두 달 전에 신탁통치설(說)이 외신을 타고 전해졌고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국내에서 시작된 터라 언론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뉴스였다.
▷2003년 12월 KBS ‘미디어포커스’는 동아일보의 이 기사를 문제 삼았다. 이 기사가 반탁운동을 격화시켰고 결국 남북 분단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만 이 기사를 게재한 것처럼 묘사한 KBS의 의도는 무엇일까. 더구나 신문기사가 분단의 빌미가 됐다는 주장은 억지다. 3국 외무장관회의의 신탁통치 결정이 정확하게 국내에 알려진 직후만 해도 남한 내 우익과 좌익은 함께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좌익은 1946년 1월 초 갑자기 찬탁으로 돌아섰다.
▷이에 앞서 12월 30일 북한 주둔 소련군 책임자인 로마넨코는 본국의 지시를 받고 돌아와 조선공산당에 3국 외무장관회의 결정에 따를 것을 지시했다. 그 직후 남한 좌익의 태도가 바뀌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분단은 좌익이 불러온 것이나 다름없다. ‘미디어포커스’의 역사 해석은 반탁운동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찾는 시각과 대조적이다. 이러니까 공영방송이 국가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