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물방울들 중 하나는 생기발랄한 문화의 힘이다. 그 힘은 이미 아시아 전역으로 강력하게 확산되고 있는 ‘한류(韓流)’를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거니와 우리 내부의 변화를 통해서도 선명하게 실감되고 있다.
전에 한국이 싫다면서 중학생 아들을 데리고 캐나다로 이민 간 친지가 있었다. 이민 간 뒤 어느 날 국제전화로 ‘흰 붕대 사건’을 이야기했다. 얼굴이 작은 서양 아이들에게 열등감을 느낀 자신의 아들이 얼굴이 작아지도록 밤이면 얼굴에 흰 압박붕대를 감고 자는 걸 발견했다면서 캐나다 백인사회에 동화하려는 욕구가 빚은 그런 눈물겨운 노력을 보니 부모로서 마음이 아프더라는 것이다. 다른 이민 가정 아이들도 대개 비슷해서 밤에 붕대를 감은 채 물 마시러 내려온 아이를 보고 귀신인 줄 알고 소동을 벌인 집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캐나다 명문대에 들어가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그곳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 된 친지의 아들은 지난여름에 한국에 와서 휴가를 보내더니 “한국이 이렇게 재미있고 생기가 넘치는 곳인지 미처 몰랐다. 정말로 사람 사는 데 같다”면서 아예 한국에 돌아와서 살고 싶어 했다.
요즘 최대의 화두인 ‘황우석 교수 사건’을 한국민의 약점이 아니라 강점을 드러낸 사건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다른 나라 학계에도 가짜 논문 사건이 없는 것은 아닌데, 하나의 학술논문 문제로 온 국민이 거국적으로 그처럼 열렬하게 환희했다가 그처럼 암담하게 절망하는 것은 한국 특유의 현상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민이 지닌 발랄한 생기의 발현이라는 것이다.
경제 역시 끓는 물방울들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자원도 없는 작은 나라가 세계 11위의 경제 규모를 이뤄 낸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우리 스스로 긍지를 가지고 있는데, 최근 세계적 투자전문회사인 골드만삭스가 한국 경제에 대해서 실로 엄청난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은 2050년에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이 미국 다음인 세계 제2위의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전망 자체가 놀라운 일이지만, 더 놀라운 것은 현재의 우리들 자신이다. 골드만삭스로 하여금 그런 전망을 하도록 만든 것은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 한국인들’이기 때문이다.
자기 국민조차 살기 싫은 나라로 찍어서 슬금슬금 외국으로 빠져나가던 나라가 어째서 돌연 이렇듯 크게 변화하고 있는가. 그 근본 원인은 현재 인류가 추구하는 문명과 문화가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양상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인류사적인 거대한 변화의 흐름과 한국민의 유전자 구조 속에 보물처럼 들어 있던 ‘강렬한 생기’가 화학적으로 결합하여 한국인들로 하여금 밀물 만난 물고기들처럼 일시에 솟구쳐 일어나게 한 것이 아닐까.
이처럼 유쾌한 혁명이 한국 사회의 문화와 기후를 바꾸고 유성물감처럼 번지면서 이웃 나라들의 문화도 바꾸고 있는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흐름과 변화의 소용돌이를 정확하게 파악해 참된 비전을 제시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지도자의 역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내년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이라는 올해 5월 지방선거를 특히 잘 치러야 한다.
달력을 보니 벌써부터 뜨겁게 기다려진다. 독일에서 벌어질 여름 월드컵 축구대회 때 한국인들이 축제를 맘껏 즐기는 모습이 지구를 강렬하게 흔들 그 장관이.
송우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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