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을 더는 흔들지 않아야 한다. 그동안 노 정권은 설익은 자주(自主)와 대중영합적 민족주의에 취해, 북한과는 가까워지고 미국과는 거리를 두려는 것처럼 움직인 게 사실이다.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미국보다 더 친미적인 사람이 문제”라는 ‘친미파 발언’도 그런 예다. 최근에는 북한 인권과 위폐 문제까지 두둔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런다고 남북관계에 진전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9·19 베이징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은 여전히 장성급 회담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6자회담에도 소극적이다. 경제 지원만 챙겼을 뿐이다. 이것이 친북탈미(親北脫美)의 현주소다.
한미관계가 튼튼해야 한일, 한중관계에서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미국은 한일, 중-일관계가 악화돼 동북아의 현상 유지가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조지 W 부시 정부가 일본에 대해 ‘역사문제로 중국 한국과 등을 지지 말라고 요구했다’는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어제 보도는 시사적이다. 한미관계가 단단해야 일본의 과거사 무시, 우경화 등에 대해 우리가 하는 말이 더 통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미래 동북아 질서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은 옳다. 그러나 지금은 변수가 너무 많다. 변화를 추동할 힘도 없으면서 가볍게 움직였다가는 한 세기 전의 을사늑약(乙巳勒約) 꼴이 날 수도 있다. 한미관계의 토대 위에서 주변 정세 변화에 신중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 반미(反美)와 민족에 갇혀 더 큰 미래를 보지 못한다면 나라와 국민이 불행해질 소지가 너무 많다. 노 정권의 대외정책이 더는 엇나가지 말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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