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의원이 “다면평가라면 동료의원들로부터 0점을 맞은 셈”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 장관에 기용됐다. 다면평가가 아무리 합리적일지라도 인사권자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보여 준다. 사무처의 평가 때는 헌신성 공정성 조직성 자기혁신 통솔력 그리고 ‘인간성’에 이르는 여러 항목으로 당직자를 검증했다. 유 의원의 항목별 득점이 궁금하다.
▷그의 ‘인간성’에 대한 평가는 어땠을까. 그는 동아일보에 칼럼을 써서 널리 이름을 알린 뒤 MBC 시사토론의 사회자로 옮겨갔고, 김대중 정부가 비판신문 ‘손보기’를 할 때 ‘객관적 사회자’의 자세를 벗어나 동아일보를 여러 차례 비난했다. 그러다가 TV 일을 그만두게 되자 동아일보에 다시 칼럼을 쓰고 싶다고 했다. 본보가 이를 거절한 뒤 그는 한 잡지에 ‘동아일보 절독기(絶讀記)’를 썼다. 지난해엔 본보와 조선일보를 향해 “독극물”이라는 극언을 퍼부었다. 갈피잡기 어려운 ‘인간성’이다.
▷유 의원은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 ‘노빠 주식회사의 대표’를 자임한다. 대통령의 팔뚝과 다리에 비길 만한 고굉지신(股肱之臣)을 자처하는 것 같다. 그러나 동료의원들까지 가벼운 행동거지와 “싸가지 없는 말투”에 정나미가 떨어진다고 고개를 젓는다. 시도 때도 없이 파문을 일으키는 그의 자극적인 언행이 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있긴 있다. 대통령을 향해 목구멍 속 생선가시처럼 직간(直諫)하는 골경지신(骨경之臣)이 되면 된다. 하지만 과연 그러겠는가?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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