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황교수에 100억 지원" 찬반 논란

  • 입력 2006년 1월 9일 15시 30분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서 봉은사 신도드이 황우석 박사 연구비 지원 모금을 하고 있다. 봉은사는 작년말 부터 황박사 돕기 모금함을 사찰 경내에 설치했으며 불교계는 황우석 박사 연구비 지원 모금 목표를 100억원으로 정했다.-이종승기자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서 봉은사 신도드이 황우석 박사 연구비 지원 모금을 하고 있다. 봉은사는 작년말 부터 황박사 돕기 모금함을 사찰 경내에 설치했으며 불교계는 황우석 박사 연구비 지원 모금 목표를 100억원으로 정했다.-이종승기자
불교계 신문인 ‘법보신문’의 ‘황우석 박사 지원 100억 재단을 설립하자’는 주장을 놓고 불자들 사이에서 찬반논란이 거세다.

‘법보신문’은 9일자 사설에서 “지난 4일 황우석 박사의 단독 인터뷰를 보도한 후 본지에는 ‘황 박사가 연구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때를 대비해 100억원의 재단을 설립하자’는 제안이 잇따랐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국민의 세금으로 일구었던 그 동안의 연구 성과는 반드시 재현돼야 하고 황 박사의 연구 역시 재개되어야 한다”며 “과오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의 연구 재개 자체를 막으려는 행위나 다수 언론들의 횡포에 대해 준엄한 경고의 뜻을 공포한다”고 밝혔다.

또 “황 박사의 연구 지원을 위한 100억원 재단 설립을 제안한 수많은 의인들의 뜻을 흔쾌히 수용하면서 이 운동에 적극 나설 것임을 밝힌다”며 “전국으로 확산돼 이른 시일 내에 100억 재단이 설립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법보신문 홈페이지에는 9일 현재 “불교계의 모금운동에 수치심을 느낀다”, “연구를 재개할 수 있도록 돈을 모으자”는 식의 찬반 글이 잇따르고 있다.

ID ‘불교’는 “신도로서 부끄럽다. 왜 ‘불교’의 이름으로 이러는 것인가”라며 “몇몇 스님이 지원을 하고 싶으면 개인적으로 하던지 불자들 모두 진실과 정의, 윤리가 뭔지도 모르는 ‘무지랭이’로 만들 생각이냐”고 항의했다.

‘보리누름’도 “황 교수가 불자가 아니었다면 과연 관심이나 가졌을까”라며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인사에 대한 기회부여라니… 말도 안된다”고 맹비난했다.

‘참선수도’는 “부처님의 이름으로 순진한 불자와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며 “스님들과 불자들은 황 박사의 논문 조작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기나 하는 것이냐. 내용도 모르면서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것은 곤란하다”고 우려했다.

스스로를 과학자라고 소개한 한 신도는 “100억 모금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운동을 즉각 중지하라”며 “황 박사가 저지른 실수는 약간의 오류가 아니라 과학자로서 해서는 안 될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00억원 지원’을 지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진실은 승리한다’는 “정말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항상 불교가 앞장서서 이 나라를 구해왔다”며 “지금이야말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황 박사를 도와 우리 후손들이 잘살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줘야 한다. 후손들도 오늘의 용기 있는 불교계의 공적을 칭송할 것이다”고 말했다.

‘감사합니다’도 “이렇게 불교계가 나서 주니 고맙다”며 “꼭 연구가 재개되어 10년 뒤에는 우리 모두가 줄기세포 기술을 자랑스럽게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정신’은 “작은 성의지만 보태고 싶다. 자세한 모금 절차를 알려 달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보신문 관계자는 “불자들은 물론 수많은 일반인들이 동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아직 100억 재단 모금 운동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다양한 의견을 받는 중이다”고 말했다.

법보신문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대 연구실이 없어질 경우 (불교 사학인) 동국대 등에서 연구여건을 제공한다면 고맙게 받아들여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속했으면 좋겠다”는 황 교수의 말을 전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 법보신문 사설 '황 박사 지원 100억 재단 설립 적극 동참을' 전문보기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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