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론조사는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s Survey)’라는 이름으로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80여 개 국가가 동일한 설문 문항을 사용해 1980년부터 5년 주기로 실시하는 조사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10점 척도에서 1점을 ‘가장 진보적’, 10점을 ‘가장 보수적’이라고 했을 때 응답자가 스스로 평가한 이념 점수는 1995년 5.33에서 2001년 5.43, 2005년 5.78로 진보에서 보수 쪽으로 옮겨 갔다. 10점 척도의 중간은 5.5점.
이번 조사에서 ‘진보와 보수 중 어디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에 ‘보수’(7∼10점)라는 응답이 39.1%로 ‘중도’(5∼6점·32.3%)와 ‘진보’(1∼4점·28.6%)보다 많았다. 보수에 속한다는 응답은 1995년(29.3%)보다 9.8%포인트 늘었다.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의 중요도를 비교하는 질문엔 응답자의 52.5%가 경제 성장을, 35.1%가 환경 보호를 더 중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향후 10년간 이뤄야 할 국가목표’를 묻는 질문에선 57.9%가 ‘고도 경제성장’을 꼽아 ‘직장과 사회에서의 참여 증대’(23.9%)나 ‘국방 강화’(7.0%)보다 많았다.
또 ‘경제 안정’(75%)이 ‘인간적인 사회로의 발전’(16.8%)이나 ‘범죄 소탕’(3.5%)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1995년 조사에서는 ‘경제 안정’이 50.0%였으며 ‘인간적인 사회로의 발전’이 35.3%였다.
기관 및 단체 신뢰도 조사에서는 신뢰도가 가장 높은 단체로 환경운동단체(71.7%)를 꼽았으며 이어 인권·자선단체(71.2%), 여성운동단체(68.4%), TV(66.8%), 신문(64.3%), 시민단체(62.8%), 경찰(58.7%) 순이었다.
‘내일 총선이 실시되면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엔 절반이 넘는 51.7%가 한나라당을 택했고 열린우리당(23.8%), 민주노동당(15.3%), 민주당(7.2%)이 뒤를 이었다. 또 ‘절대로 투표하고 싶지 않은 정당’은 열린우리당(37.1%), 한나라당(24.7%), 민주노동당(13.0%), 민주당(10.9%)의 순이었다.
나선미 전문위원 sunny60@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 20대 “전쟁나면 나라위해 싸울것” 78% → 64%
지난 10년간 군대와 노동조합,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진 반면 대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도는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정부 부처와 정치권보다는 시민단체를 더 신뢰한다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사법부, 대기업-노조 신뢰도 역전=정부 조직과 단체, 기업 17곳 중 응답자들이 ‘완전히 신뢰한다’와 ‘약간 신뢰한다’고 대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기관은 환경운동단체. 71.7%의 응답자가 ‘환경단체를 믿는다’고 답변했다. 2위와 3위는 인권·자선단체(71.2%)와 여성운동단체(68.4%)가 차지했다.
다음은 TV-신문-시민단체-경찰-유엔-군대-사법부-대기업-교회-행정부-노조-전교조-국회-정당 순. 경찰이 10년 전까지만 해도 사법부와 군대, 노조보다 ‘못 믿을 곳’이었으나 이제는 사법부보다 국민 신뢰도가 높은 조직으로 순위가 급상승했다.
대기업을 신뢰한다(50.2%)는 사람이 노조를 신뢰한다(43.4%)는 사람보다 많아진 것도 주목할 만한 점. 잇단 비리 사건과 강경투쟁 노선으로 노조에 대한 신뢰도가 1995년 56.5%에서 13%포인트 이상 추락하는 사이 대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비슷한 정도로 올라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35.0%의 응답자만이 신뢰한다고 대답했으나 국회(26.1%)와 정당(24.2%)보다는 신뢰한다는 사람이 많았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이들 기관·단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전반적인 사회 불신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 줬다.
▽20대는 애국심 따로, 행동 따로=‘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응답자는 88.6%로 2001년에 비해 8%포인트가량 늘어났다. 특히 30, 40대는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다는 사람이 80%대였으나 20대에서는 50대, 60대 이상과 마찬가지로 90% 이상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자긍심이 증가한 것과 달리 전쟁이 일어났을 때 한국을 위해 싸우겠다는 응답자는 1995년 80.2%에서 72.7%로 오히려 줄었다. 특히 20대는 전쟁에 참가하겠다는 비율이 63.9%로 가장 적어 ‘애국심 따로, 행동 따로’의 이중적인 기준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 삼기 싫은 사람’=응답자의 98.6%가 마약 상습 복용자의 집 옆에서 살기 싫다고 대답했다. 에이즈환자(93.5%)와 전과자(88.4%), 동성애자(87.3%)에 대한 거부감도 높았으며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76.4%)에 대해서도 4명 중 3명이 ‘이웃이 되고 싶지 않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인종과 종교, 외국인 문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관대했다. 종교가 다른 사람과 이웃이 되고 싶지 않다는 사람은 26.4%에 불과했으며 다른 인종이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싫다는 대답도 각각 36.5%와 32.1%였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이민자와 이웃이 되고 싶지 않다는 사람은 1995년 62.8%에서 2001년 50.0%, 2005년 조사에서는 38.7%로 눈에 띄게 줄었다.
결혼하지 않고 사는 동거 커플에 대해서는 ‘이웃이 돼도 좋다’는 답변과 ‘이웃에 살고 싶지 않다’는 답변이 엇비슷하게 나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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