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위사업청 ‘첫 작품’이 군사기밀 유출인가

  • 입력 2006년 1월 11일 03시 04분


방위사업청이 1일 출범하자마자 250여 건의 군사기밀이 홈페이지를 통해 유출된 것은 심각한 사건이다. 군기(軍紀)가 빠지고 기밀관리 능력이 형편없음이 드러났다. 이런 방위사업청이 비밀을 유지하며 추진해야 할 전력(戰力)증강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방예산의 40%를 차지하는 연간 8조 원의 사업비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는가.

유출된 내용에는 1∼3급 기밀이 적지 않고 해군의 차기 중잠수함(SSX) 도입 계획, 공군의 전투기사업 등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북한이 해킹부대를 동원해 빼내려는 정보가 바로 이런 사항들일 것이다. 외국 군수업체들엔 우리의 ‘패’를 보여 준 셈이다. 그런데도 방위사업청은 ‘대부분 알려진 계속사업에 관한 것들’이라고 해명했다. 보안의식이 느슨해져 있음을 스스로 선전하는 꼴이다.

이번 사건 말고도 노무현 정부 들어 군사기밀 유출 사건이 잇따랐다. 지난해 5월엔 한 장교가 2급 군사기밀인 ‘한반도 전면전(全面戰)에 대비한 한미연합작전계획 5027’ 최신판 중 일부를 인터넷에 올렸다. 8월엔 3급 기밀인 음어표(통신암호 해독문)가 통째로 인터넷에 떴다. 군사기밀 유출은 군부대의 총기 도난 사건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안보를 결정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노 대통령과 군 당국자들은 이런 사건들이 국방에 구멍을 뚫는 것임을 직시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선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또 군사기밀의 범위와 감독 권한 등을 놓고 관련 기관별로 의견이 갈리지 않도록 보안업무규정을 정비해야 한다. 방위사업청의 보안사고를 감독하는 기관이 국가정보원인지, 국군기무사령부인지 여태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말로만 시스템을 강조하는 부실한 정부의 단면을 보여 준다.

정보통신 환경의 급속한 변화를 따라잡을 수 있는 온라인 군보안대책의 확립도 시급하다. ‘사이버 전선(戰線)’의 중대한 허점을 드러낸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의 보안의식과 체계를 다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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