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실망을 거듭 말하고 싶지는 않다. 우선 검찰의 수사를 포함해 진상을 더 파악해야 한다.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에 올린 두 논문을 완전한 줄기세포 없이 시험데이터나 사진의 조작을 통해 작성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논문 공저자 40명의 조작 책임과 가담 정도를 가려야 한다. 난자 채취와 사용 과정의 잘못도 밝혀야 한다.
정부나 정권 차원의 ‘묻지 마 지원’ 내용도 낱낱이 검증되고 공개돼야 한다. ‘황우석 사기극’이 실체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국내의 전반적 연구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막대한 정부 지원이 무원칙하고 불공정하게 한곳에 쏠리면 혈세는 낭비되고 과학은 정치에 오염되고 만다.
관련 전문가들조차 황 교수팀에 속아 넘어갔으니 정부의 황 교수 지원이 다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부터 황 교수 연구실을 방문해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떤 ‘확실한 지원’을 약속했는지 밝혀야 한다. 그것이 정부 반성의 시작이며 세계에 한국의 양심 회복을 알리는 첩경이라고 우리는 본다. 아무런 기여 없이 황 교수팀 논문에 이름을 올린 박기영 대통령정보과학기술보좌관의 ‘영웅 만들기’ 과정도 밝혀져야 한다. 정부가 논문 조작을 미리 알고도 침묵했다는 의혹도 해명돼야 한다.
다행히 ‘황우석 파동’을 극복해야 한다는 국민적 의지가 확인되고 있다. 6월 항쟁과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시민의식이 높아지고, 외환위기를 겪은 대기업이 거품경영의 무서움을 배웠듯이 과학계는 윤리의식을 정립해 거듭나야 한다. 국민은 조급증을 떨쳐 내고 무모한 성과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젊은 과학자그룹의 고발정신과 서울대의 검증 능력은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 동물 핵이식과 동물 복제 기술, 사람 핵이식에 의한 배반포 형성 연구는 세계적 수준이라니 실적을 기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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