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 자체를 탓할 수는 없지만 실효성이 의심스럽고 추진 과정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계획 가시화 시점이 5월 지방선거 직전이어서 벌써 ‘선거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이 사업의) 콘셉트를 잘 살려서 내년 지자체 선거 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선거 개입 시비를 낳기도 했다.
추진 일정도 의문을 더한다. 정부는 지방선거 전에 사업 청사진을 내놓고, 이르면 올해 초 해당 도시들에 대한 지원의 법적 근거로 국가균형특별회계에 ‘참여형 도시육성 계좌’를 넣을 계획이다. 관련 법 개정은 열린우리당이 맡는다. 대선 당시 행정수도 건설 공약으로 “재미 좀 봤다”는 대통령의 말이 생각난다.
노 정권이 추진 또는 구상 중인 도시개발사업은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클러스터, 혁신도시, 기업도시, 경제자유구역, 국제자유도시 등 기억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그동안 여기에 쏟아 부은 돈만 20조 원에 이른다. 2008년까지 67조 원이 더 투입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참여형 도시’ 사업을 새로 벌일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을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로 연결하는 노력이 더 적절하지 않겠는가. 꼭 ‘새마을 운동’과 비슷한 범국민 운동을 시작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가뜩이나 방만한 정부 씀씀이로 국민의 허리가 휘는 판에 자꾸 새 사업만 벌이면 누가 어떻게 감당하나.
주민 참여가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업은 기존 균형개발사업처럼 결국 지자체의 중앙정부 예산 따내기 경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개발지역 선정을 놓고 특혜 시비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초가지붕을 기와지붕으로 바꾸는 식의 전시용 개발에 그칠 우려도 있다.
‘참여형 도시’를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선거에서 득(得) 좀 보자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면 성공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치적 분란만 일으킬 것이다. 국민은 정부와 여당이 호흡을 맞춰 내놓는 ‘참여형 도시’의 실체를 곧 눈치 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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