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현진]논문조작 사건과 국가신용등급

  • 입력 2006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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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조사위원회가 황우석(黃禹錫) 석좌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논문 조작 사건의 진실을 발표한 10일 오후.

재정경제부 권태신(權泰信) 제2차관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3, 4월 열릴 국제 한국경제 설명회(IR)에서 우리 사회의 자정 능력에 초점을 맞춰 황 교수 사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와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도 2003년 SK글로벌의 분식회계 때문에 겪어야 했던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언급하며 국가 신인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물론 권 차관의 발언은 황 교수 사태로 곧바로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많은 경제 전문가도 이번 사태와 국가신용등급을 연결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지적한다.

국가신용등급은 채무 능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지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 관료와 경제인들은 사회의 투명성이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보이지 않는 평가척도(invisible criteria)’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우려한다.

윤우영(尹祐榮) 한국기업평가 평가정책본부장은 “연구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하는 과정의 투명성이 곧 한 국가의 역량이자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침소봉대(針小棒大)했다는 측면에서 국가신용평가기관이 한국의 국가 시스템을 전근대적이라고 느끼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기업인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에 부끄러운 웃음거리’를 만들었다는 게 국가 이미지로 연결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1997년 한국은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재난을 겪었다. 그리고 8년 이상 지났지만 외환위기 이전의 국가신용등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지속적인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으로 경제 부문의 투명성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선진국 수준의 국가신용등급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2%’가 모자란다. 황 교수 사태는 일면을 보여 준 사례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불투명한 사각지대를 하나씩 없애지 못한다면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요원할지도 모른다.

박현진 경제부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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