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記事 수준

  • 입력 2006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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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총리께서 지난해 가을 중앙 부처 간부들에게 ‘중요한 숙제’를 하나 냈습니다. ‘어렵게 사는 분들을 찾아 어떻게 생활하는지 확인하고 보고서를 내라’는 것이었지요. 저는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을 생각했습니다. 아, 총리님께서 공직자들에게 ‘더운 가슴’을 가져 보라는 말씀이구나….” 어제 이백만 국정홍보처 차장이 쓴 ‘국정 브리핑’ 톱기사의 한 대목이다. 이 수준 높은 기사의 제목은 “이 총리의 ‘숙제’… 찬 이성, 더운 가슴”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애용하는 ‘국정 브리핑’엔 참여정부의 더운 가슴을 느낄 수 있는 기사가 넘친다. “아이 낳아도 두렵지 않은 사회를 만들자”고 노 대통령이 말했다는 기사도 있다. 저(低)출산·사회안전망 대책에 필요한 재원(財源) 마련을 위해 정부 여당이 세목(稅目) 신설을 공론화하려 한다는 또 다른 측면은 보도되지 않는다. 이 총리가 왜 “나라가 반석 위에 올라 있다”고 했는지도 알 만하다. ‘출자총액 제한은 경영권 방어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기고까지 떠 있는 걸 보면.

▷노 대통령은 “정부의 오보(誤報) 대응에 의해 언론 기사 수준이 높아지면 이것도 참여정부의 성과”라는 논리를 폈다. 언론 걱정까지 해 주니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일선 부처에서는 통계 수치가 잘못됐더라도 오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정정 보도를 신청한 사례도 있는 모양이다. 정부발(發) 매체는 기사 수준도 높다. ‘서민을 향한 대통령의 애정은 멈출 줄 모른다’는 노(盧)비어천가는 오보인지 아닌지도 알기 어렵다.

▷오보는 정정돼야 하지만 정부가 오보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언론까지 잡아서는 곤란하다. 리처드 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투표권보다는 언론자유가 민주주의와 국부(國富)를 키운다”고 했다. 선거는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만 언론의 국정 감시 기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를 아는 권위주의 정권은 비판언론부터 때려잡는다. 참여정부는 언론 수준 높이는 데 정력을 쏟고 있고. 그 엄청난 힘을 국정 수준 높이는 데 쓴다면 어떨까.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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