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대사 발목까지 잡은 민주노총

  • 입력 2006년 1월 13일 03시 02분


민주노총이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인터넷 기자협회의 대화를 물리적으로 막은 것은 언론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일뿐더러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킨 행동이다. 민주노총과 인터넷 기자협회는 같은 빌딩 안에 들어 있지만, 버시바우 대사와의 대화 행사는 민주노총과는 무관했다. ‘민족의 자주통일을 지향하는’ 민주노총이 상주하는 빌딩에 버시바우 대사가 들어올 수 없다는 해괴한 이유로 대화를 방해한 것은 민주노총의 치기(稚氣)와 협량(狹量), 그리고 폭력성을 여실히 보여 준다.

민주노총은 인터넷 매체와의 대화를 무산시킨 이유로 버시바우 대사가 북을 ‘범죄정권’이라고 부르고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며 ‘북을 모략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무엇이 북에 대한 모략이라는 것인가. 북한은 위조달러를 만들어 유통시키고, 마약을 밀매하고, 과거에는 민간 항공기를 테러하고, 무고한 민간인을 납치했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유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세계가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오히려 그러한 노력을 비난하는 민주노총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김정일 정권 편임을 스스로 선전하는 것인가. 민주노총은 공산 독재정권 치하에서는 노동 3권도 없고 노동운동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가.

더욱이 ‘민중의 소리’ 등 인터넷 매체는 버시바우 대사에게 ‘진보세력’의 견해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했는데도 민주노총은 이를 끝내 저지했다. 국민의 버림을 자초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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