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권순활]선생님들의 경제관

  • 입력 2006년 1월 13일 03시 02분


인도 뭄바이에 한 이슬람 가족이 있었다. 파키스탄이 인도에서 분리 독립한 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운명을 선택했다. 절반은 이슬람 국가로 태어난 파키스탄으로 가고 나머지는 인도에 남았다.

세월이 흘러 한 친척은 파키스탄으로 옮겨 간 사람들의 삶이 인도에 남은 사람들보다 더 어려운 것을 알게 됐다. 그가 부친에게 이유를 물었을 때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아들아, 인도에서 자라는 이슬람교도는 언덕 위의 대저택에 사는 사람들을 보며 이렇게 말한단다. ‘아버지, 언젠가는 나도 저런 사람이 될래요.’ 그러나 파키스탄에서 자라는 이슬람교도는 이렇게 말한단다. ‘아버지, 언젠가는 저 사람을 죽일래요.’”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로 유명해진 미국 언론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최근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에 소개된 얘기다. 사회적 풍토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성장 과정에서 몸에 밴 세계관의 차이가 개인적 삶의 행로(行路)도 결정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청소년 시절에 어떤 경제관을 갖느냐는 것은 남은 인생을 상당 부분 좌우한다. 건강한 열정과 어두운 열정, 창조적 상상력과 파괴적 상상력 가운데 어느 쪽이 우세한가에 따라 공동체의 성쇠(盛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의 가치관은 주로 가정과 학교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교육적 측면에서 학교의 무게는 각별하다. 선생님들의 역할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시장경제도 완전하진 않다. 하지만 재산권과 법치주의의 두 기둥 위에 개인적 선택과 책임, 자원의 희소성과 기회비용, ‘작은 정부’를 중시하는 자유시장경제는 개인적 성공과 공동체 번영의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교육 실태는 걱정스럽다. 2004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일반계 고교생이 듣는 사회과 수업 가운데 경제의 비중은 6, 7%에 불과했다. 박명호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중고교 교과서에서는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우월성에 대한 교육 내용이 매우 미흡하고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일반화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한다.

자기 아들딸이 ‘남의 탓’과 계층적 증오에 바탕을 둔 잘못된 가치관의 포로가 되는 것을 좋아할 부모는 드물 것이다. 얼마 전 만난 공인회계사 K 씨는 “내 자식이 ‘이상한 교육’으로 오염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이민을 택하겠다”고까지 했다.

우리 아이들과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선생님이라면 진지하게 시장경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유시장경제의 기초 원리와 우월성을 읽기 쉽게 소개한 국내외 서적 및 자료도 많이 나와 있다. 경제 단체를 중심으로 교사를 대상으로 한 강좌도 늘어나는 추세다. 빠르게 달라지는 세상 흐름에 눈감고, 현실에서 번번이 실패로 판명되는 ‘1980년대 운동권 논리’를 청소년들에게 주입해 장래를 망친다는 건 지적으로 게으르고 도덕적으로도 비겁하다.

“학교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어요.” 지난해 동아일보와 대한상공회의소가 마련한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에 참석한 학생들이 이런 아쉬움을 털어놓던 것을 필자는 기억한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걸머질 아이들이 올바른 경제관으로 무장(武裝)해 힘차게 뻗어 나갈 수 있도록 해 주길 이 땅의 선생님들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권순활 경제부 차장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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