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론과 표현의 자유 흔드는 千장관 발언

  • 입력 2006년 1월 16일 03시 17분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신문에 글을 쓰는 몇몇 헌법학자와 지식인을 겨냥해 “×도 모르는 네 놈이 말도 안 되는 칼럼으로 대통령을 조롱한다”며 “옛날 같으면 모두 구속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무리 술자리였다고 하지만 사석도 아닌 기자들 앞에서 “쓰려면 쓰라”며 한 말이니 국민을 향한 공언(公言)인 셈이다.

이 발언은 언론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법무부 장관이 ‘구속감’ 운운하는 막말까지 하니, 그렇지 않아도 의견 표명에 제약을 느끼고 있는 지식인들이 더 위축될 소지가 있다. 강정구 교수에 대해서는 불구속수사 지휘권까지 발동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지켜주려 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지식인 사회 일각에서는 대통령 국정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평을 신문에 썼다가 정권 ‘코드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이미 존재한다.

천 장관은 “헌법교과서에 나오는 이론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들이 헌법 전문가입네 하고 떠든다”고 했다. 자신이 헌법을 전공한 학자가 아닐진대 도를 넘는 발언이다. 정말 헌법을 왜곡한 칼럼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공론(公論)에 부칠 일이다.

헌법 또는 위헌에 관한 신문 칼럼이 늘어난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 탓이 크다. 이 정권 들어 헌법을 경시하는 발언과 정책이 쏟아졌기 때문에 위헌성을 지적하는 글이 자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천 장관은 또 일부 신문사의 사주(社主)를 거명하며 “왜 그런 사람(필자)들을 자르지 않는지 모르겠다. (기자들이) 당장 자르라고 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이는 신문의 편집권을 침해하는 선동에 가깝다. 칼럼니스트 선정은 신문사 편집국 또는 논설실의 자율적 논의와 의사결정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왜곡하며 신문을 압박하는 발언이다.

천 장관은 “서울대를 나온 사람들이 상고 출신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지식인의 비판을 학벌주의자들의 대통령 공격인 양 몰아붙여 또 ‘편 가르기’를 하려는 것인가. 천 장관은 자유민주주의를 흔들고,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언행을 삼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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