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경선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지난해 4월 ‘종이당원’이 늘어나면서부터였다고 청와대 홈페이지는 밝혔다. 그렇다면 그때 개선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동안 손 놓고 있다가 이제 와서 ‘수사’ 운운하니, 누가 수긍하겠는가. “여권이 지방선거 참패가 예상되자 공포 선거를 획책하고 있다”는 야당의 비난이 나올 만도 하다. 당시 여당의 종이당원은 급속히 느는 중이었다. 15만 명이던 기간당원이 8월 말 45만 명으로 늘어나 실사(實査)한 결과, “나도 모르게 등록돼 있더라”고 한 당원이 20%나 됐다.
여권은 “경선 불법행위가 여당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변하지만 드러난 유형들을 보면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죄질이 나쁘다. 유령당원만 해도 생계가 어려운 영세 노인들까지 당원으로 등록해 놓고 통장에서 몰래 당비를 빼내 갔다. 심지어는 일부 탈북자의 통장에서도 당비가 인출됐다고 한다. 경선 과정의 부정, 불법행위를 엄단하려면 집권 여당부터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공권력이 잘못 개입하게 되면 야당 탄압의 수단으로 악용(惡用)될 소지마저 있다. 검찰은 혐의가 있는 도, 시, 군별 정당에 당원 명부, 당비 입금계좌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거부하면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을 벌일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적 현실에서 야당은 선거 치르기 어렵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내 경선은 1차적으로 당의 책임이다. 제도와 규약, 그리고 인력을 총동원해서라도 ‘공명 경선’을 이뤄 내야 한다.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당이 이 일을 제대로 해내는지도 주시하고 있다. 경선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치러 내는 정당이라면 국정을 맡겨도 좋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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