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났을 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아이들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농촌에서 자라면 세칭 명문대에 갈 확률이 낮아지고 사회의 주류로 편입될 기회도 그만큼 적어질 테니…’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자녀들에게 농촌과 도시의 삶의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알려준 뒤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농촌의 삶이 좋아 낙향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자녀의 삶이 결정된다는 점을 친구는 고민하고 있었다.
한국의 경제교육에 대한 최근 논의를 보면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15일 올겨울 사회(경제)과 직무연수에 참가한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 결과 교사들의 90.8%가 ‘학생들의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고 대답했다.
이날 조사 결과가 아니더라도 최근 경제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재계, 재정경제부, 학계 등 출처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해석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경제 교사들의 시장경제 원리에 대한 인식 수준이 100점 만점에 52점이고(한국경제학회), 교과서에는 ‘편향적 시각 또는 비주류적 해석’이 다수 실려 있다(재경부).
이런 비판을 바라보는 태도는 자신의 경제관이나 세계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비판에 공감할 수도 있고, “또 ‘색깔론’이냐”고 무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시냐 농촌이냐를 선택하는 것처럼 세계관과 경제관 역시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그 선택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후세의 삶에 악영향을 주어서는 곤란하다.
분명한 것은 세계적으로 각국은 시장경제를 통한 경제전쟁에 돌입해 있다는 점이다. 싫건 좋건 우리도 그 시스템 안에서 생존을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미래 경쟁력의 상당 부분이 청소년 경제교육에 달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 교육은 현실 세계의 작동원리를 있는 그대로 최대한 폭넓게 알려주는 것이어야 한다. 실제 우리가 누리는 삶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에 뿌리박고 있다는 점을 아이들에게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홍석민 경제부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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