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동관]몽골독수리

  • 입력 2006년 1월 18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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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는 맹금류의 최강자다. 날개길이 2.5∼3m, 몸무게 8∼10kg에 시력은 인간의 10∼12배(5.0 안팎)에 달해 2km 상공에서도 토끼를 찾아낸다. 그중에서도 몽골독수리는 영민하고 힘이 세 칭기즈칸 시대부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냥에 이용돼 왔다. 꿩 토끼는 물론이고 노루 영양 이리 등 덩치 큰 동물까지 공격해 잡는 ‘하늘의 왕 중 왕’이다.

▷문화재청 실태조사 결과 몽골독수리 1700여 마리가 최근 한반도에서 겨울을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 세계 독수리(3000여 마리)의 절반이 넘는 수다. 한국조류보호협회가 1994년부터 겨울철 경기 파주시 장단반도와 강원 철원군을 찾아오는 몽골독수리들에게 죽은 돼지와 닭 등 먹이를 주자 연간 100여 마리 수준에서 이처럼 수가 급증했다. 문제는 이들이 사람이 다가가도 멀뚱멀뚱 쳐다볼 정도로 야생성(野生性)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웰빙’ 생활을 하던 3년생 미만 새끼 독수리들은 몽골로 돌아가도 먹이경쟁에서 밀려나 상당수가 죽거나 다시 한국을 찾는다고 한다. 과(過)보호의 결과다.

▷인간세계에서도 시장원리를 무시한 과보호와 나눠먹기는 경쟁력 상실과 쇠퇴를 초래한다. 50년 전 육류와 곡물수출로 세계 7대 강국에 들었던 아르헨티나가 연 20% 넘는 임금 인상 등 노동자계층에 영합하는 나눠먹기식 ‘민중주의(페로니즘)’ 때문에 빈곤층 44%(2002년 기준), 완전실업률 18.3%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 단적인 예다.

▷영국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등 많은 선진국은 국민소득 1만 달러 달성 후 성장보다 분배가 강조되고 과도한 복지지출로 국가재정악화와 성장률 둔화를 겪었다. 이들이 ‘마(魔)의 1만 달러’를 탈출하는 데는 평균 9.2년이 걸렸다. 벽을 깬 비결의 하나는 “이제 성장의 혜택을 나누자”는 평등과 복지의 요구를 설득으로 억제하고 성장 동력을 만들어낸 정치적 리더십이었다.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는 말은 인간이든 짐승에게든 변함없이 적용되는 진리인 듯싶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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