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강규형]교원평가제 당당히 받아들이자

  • 입력 2006년 1월 19일 03시 22분


필자의 중학교 시절 한 선생님은 “학생들만 보면 머리가 아프다. ‘선생질’이 너무나 싫다”고 하셨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 한 분은 자신은 “봉급 받는 만큼만 가르친다”고 하시면서 주로 자습을 시키거나 수업 내내 신세 한탄만 하셨다. 당연히 수업 진도는 제대로 못 나갔다. 공교롭게도 그분은 고령이라 학교에서 호봉이 가장 높은 편이었다.

한번 솔직하게 얘기해 보자. 어떤 선생님은 열의로 가르치고 사랑으로 인도해 주셔서 인생의 사표가 되시는 반면 어떤 선생님은 ‘저분은 왜 교사가 됐을까?’ 하는 의문이 들 만큼 불성실하며 때로는 비인격적이었다는 기억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대다수의 학교에 ‘미친개’ ‘땡땡이’ ‘수면제’ 등 차마 교사의 것이라 하기 민망한 별명을 가진 분들이 있지 않았나?

대학은 사정이 더 나빴다. 큰 환상을 가지고 들어온 대학에서 그 환상이 깨지는 데는 별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필자가 작년 동아일보 ‘시론’(11월 24일자)에 언급했듯이 대학은 무능하고 게으른 교수들의 천국이었다. 그러나 대학은 변했다. 작지 않은 반발과 부작용이 있었으나 뼈를 깎는 고통 속에 교수평가제가 자리 잡았다. 이후 교수들은 교육, 연구, 봉사, 행정 어느 부분에서도 쉽게 살기는 힘들어졌다. 교수들은 괴로워졌으나 대학 교육은 빠른 속도로 충실해졌다. 어떤 제도건 완벽할 수는 없지만 그 제도의 시행으로 성과가 대가보다 크다면 그것은 해 볼 만한 일이다.

그러나 중고등학교의 교육 상황은 오히려 과거보다 악화됐다고 한다. 사실상 평가시스템이 전무한 채로 한국 교육은 너무나 오랫동안 방치됐다. 열심히 가르칠지 말지는 교사들의 자의에 맡겨진 채, 교사들을 좋은 선생님으로 만들기 위해 격려하는 인센티브가 부족했다. 부적격 교사들이 존재해도 그들을 재교육하거나 도태시키는 메커니즘이 없었다. 세상의 모든 직업이 평가를 받는데 일부 교사는 온갖 이유를 대며 평가를 거부하고 있다. 더군다나 일부 교사가 교원평가제 시범학교 교장에 대해 인신공격을 하는 사태가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이러니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사설학원에는 이러한 관리시스템이 존재한다. 요즘 학생들이 학원 선생님들을 더 믿고 따른다고 한다. 참담한 일이지만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다.

미국 일부 교사의 행태를 보자. 거기서는 370만 명이 가입해 있는 두 개의 거대 교원노조(전국교육협회, 미국교사연합)가 교직사회에 대한 개혁에 공공연히 저항한다고 한다. 이들은 좋은 교육을 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고 단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교육위원회와 협상 투쟁하는 법을 주로 교사들에게 가르친다고 한다. 이들의 주 관심은 우수교사 채용에 반대하고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을 반대하는 등 정치투쟁이기에 미국 공립학교는 자신들의 지위 보전에만 관심이 있는 무능 교사들의 천국이 됐다는 것이다. 그 대신 사립학교들과 미국판 특수목적고 및 대안학교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어디서 많이 들은 얘기 같지 않은가.

교육 평등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정치인 겸 목사인 제시 잭슨, 앨 샤프턴과 같은 급진주의 성향의 위선자들은 자신의 자녀들을 공립학교가 아닌 비싼 사립학교에 보냈다. 우리나라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 중 일부도 자기 자식의 교육 환경을 위해서는 이사를 하고 특목고, 대안학교를 찾거나 조기 유학을 보낸다는 얘기를 들으니 황당할 뿐이다.

다행히 교원 평가를 당당히 받아들이는 교원단체인 ‘자유교원조합’이 탄생한다고 한다. 사실상 독점적인 교원노조였던 전교조는 경쟁이 없었기에 초기의 긍정적인 모습을 잃어버리고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변해 간 측면이 있는 듯하다. 경쟁이 없던 교육 현장에 경쟁이 생긴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부디 철학이 다른 두 교원단체가 교육현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해서 땅에 떨어진 공교육과 교사들의 위신을 되찾길 기대한다.

단지 국민의 절대 다수가 교원평가제를 지지한다는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존경 및 신망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이제 교원평가제를 당당히 받아들이자.

강규형 명지대 교수·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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