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새마을’과 ‘천리마’

  • 입력 2006년 1월 20일 03시 03분


1970년 봄에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개발도상국의 농촌 개발, 지역 균형 개발, 의식 개혁을 위한 농촌 근대화운동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세계적으로 유명해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70여 개국에서 이 ‘성공 모델’을 배우러 한국을 찾았다. 북한은 1956년 말 집단 증산(增産)운동인 천리마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운동은 사유 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체제적 한계 때문에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실패했다.

▷그런데 국내 고교 교과서 가운데 금성출판사가 펴낸 ‘한국 근현대사’는 천리마운동에 대해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큰 역할을 하였다’고 긍정적으로 쓰고 있다. 반면 새마을운동에 대해서는 ‘실제로는 정부가 주도했고 박정희 정부의 유신 체제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고 혹평한다. 다른 중고교 교과서는 박정희 시대의 고도성장을 깎아내리며 반공독재, 빈부격차와 같은 부작용만 부각시킨다. 이승만의 국가 건설 노력에 대해서도 ‘정권의 정당성 확보 차원’으로 폄훼하면서 김일성의 반대파 숙청은 권력욕이 아닌 ‘우리식 사회주의 가꾸기’라고 미화한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일부 교과서는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를 에피소드 정도로 다루고 ‘분단’을 지나치게 강조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헌법 못지않게 중요하고 예비 시민을 대상으로 한 교과서에 ‘외눈박이 서술’이 많아 큰 일”이라고 걱정한다. 비뚤어진 시각을 담은 교과서일수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의 은밀한 지원으로 학교에서 교재로 채택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교에서 교과서로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서울 오금고에선 사회과의 권재원, 함성식 교사 등이 경제 현장학습을 한다. 함 교사가 운영하는 ‘경제투어반’에는 학생 20여 명이 참가해 매달 한 차례 이상 기업, 시장, 백화점, 연구소 등을 방문한다. 김은지 양은 감상문에 “삼성전자를 둘러보고 오는 차 안에서 제품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썼다. 북한의 학생들은 어디에서 뭘 보고 무엇을 느낄까.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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