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이젠 바꾸자!]돈받고 과장-은폐… 연구자 윤리교육 절실

  • 입력 2006년 1월 20일 03시 03분


○ 美 기업자문료-주식보유 제한

지난해 8월 과학기술부 브리핑실. 국내 연구소의 한 과학자가 “스프레이 형태로 ‘뿌리는 세포치료제’를 개발했다”며 “이는 단순히 보호막 기능만 하는 기존의 붙이는 형태의 인공피부보다 효과가 좋다”고 주장했다. 이 내용이 기사화되자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 붙이는 형태의 치료제를 판매하던 업체에서 항의가 빗발쳤다. 당시 업체 관계자는 “붙이는 치료제의 효과를 의도적으로 축소해 발표했다”며 “연구자가 스프레이 치료제 개발업체의 주식을 갖고 있어 자신의 연구성과를 과장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내외에서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성과를 부풀려 상업화에 유리하게 발표한다는 문제제기가 적지 않다.

지난해 2월 미국국립보건원(NIH)은 소속 과학자들이 기업에서 자문료를 받거나 관련 업체의 주식을 소유하는 것을 강력하게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일부 과학자가 기업에서 상당액의 자문료나 스톡옵션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윤리규정을 제정키로 한 것.

기업은 자신에게 불리한 연구 결과를 숨기기도 한다. 1980년대 담배 제조사인 필립모리스사에서 일하던 두 과학자가 담배에 첨가되면 니코틴 중독 효과를 증가시키는 물질을 발견해 ‘심리약물학’지에 게재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필립모리스사는 이 논문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고 연구실을 폐쇄하며 지원을 중단했다.

금전적 이익을 위해 데이터를 날조하는 부정행위도 있었다. 1990년대 유럽에서 행해진 제2차 뇌중풍 예방연구(ESPS2)가 한 가지 사례다. 당시 연구자들은 임상시험에서 환자 438명의 데이터를 허위로 작성했다. 베링거인겔하임사가 임상시험에 등록한 환자 1명당 1500달러를 연구에 참여한 센터에 지불하기로 돼 있었다.

○ 연구 경비 지원기관은 논문에 꼭 밝혀야

연구 내용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에는 논문에 반드시 이를 밝혀야 하는 게 원칙이다.

△인건비, 설비, 재료, 출장비 등 연구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한 기관이나 재단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이나 그 이후의 고용기관 △관련 회사의 주식이나 지분을 소유한 경우, 자문, 특허 출원 관계 등 개인적 이해관계를 명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조선대 생물교육과 조은희 교수팀이 2004년 12월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회원 687명을 대상으로 이해관계 충돌을 포함한 윤리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설문 조사를 했다. 8가지 사례 가운데 ‘연구원 자신이 주식을 많이 보유한 회사 제품의 유해성 연구’에 대해 가장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연구책임자는 90% 정도가 문제가 있다고 봤지만, 연구원이나 대학원생은 70% 정도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조 교수는 “전반적으로 연령이 낮은 대학원생이나 연구원이 이해관계의 충돌을 인식하는 정도가 낮았다”며 “이는 신진 연구자에 대한 윤리교육이 절실하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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