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2003년 8월 이른바 전자정부 로드맵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국가기관 전자정부 통신망’을 구축 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행자부는 2004년 3월 임차료 114억 원의 전자정부 통신망 구축계약을 KT와 맺었다. 예산 낭비인 데다 이용기관들에 혼란까지 안기는 중복투자다. 정부가 신설하려는 전자정부진흥원은 기존의 한국전산원과 기능이 같다.
정부혁신 주무장관인 오영교 행자부 장관은 이런 비효율을 걷어낼 생각은 하지 않고 “홍보가 부족해 정부혁신 성과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혁신홍보관’을 만들고 ‘행자부 혁신현장’ 투어코스도 개설하려 한다. 국민은 늘어나는 세금에 비명을 지르는데 ‘전시(展示)행정’에 또 혈세를 쓰려는 것이다.
사재(私財)를 넣으라면 이런 일을 하겠는가. 기업 경영자들이 이런 행태를 보인다면 살아남겠는가. 3500억 원이 투입될 정부 통합전산센터 사업도 교육인적자원부 문화부 환경부 노동부 등이 장비를 이전하지 않아 통합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지적됐다.
노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우리의 재정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7% 수준으로 미국 36%, 일본 37%, 영국 44%, 스웨덴 57%에 비해 턱없이 작다”고 했다. 경제발전 단계와 국민소득 수준을 무시한 증세(增稅)논리다. 선진국들이 고액납세자를 우대하고, 복지혜택도 중산층 이상에까지 환원한다는 점도 간과하고 있다. 정부는 세금 더 거두는 데 총력전을 펴기 전에 ‘난맥의 전자정부 사업’ 같은 국정 비효율과 낭비부터 걷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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