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계좌 1000만개시대]10명중 7명 ‘묻지마 가입’

  • 입력 2006년 1월 25일 03시 11분


《증시 조정이 일주일 넘게 계속되면서 펀드 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펀드 계좌 수가 1000만 개를 넘은 것으로 보이지만 대량 환매(중도 인출) 우려로 간접투자 시장의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다. 많은 전문가는 “주가가 하락할 때야말로 주식형 펀드의 비중을 늘릴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정작 간접투자자 가운데 상당수는 주가가 하락했을 때 돈을 뺄 생각부터 한다. 이는 펀드에 가입할 때 제대로 된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보 취재팀이 설문조사한 결과 투자자의 대부분이 계획 없이 유행을 좇아 펀드에 가입한 ‘묻지마’ 투자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몸집만 불어난 간접투자 시장의 허약한 체질이 드러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호재에 지나치게 들뜨면 안 되듯 약세장에 지나치게 불안해하면 안 된다”며 펀드 투자의 기본인 ‘장기 분산 투자’ 원칙을 지키고 성급한 환매를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투자자 70% “계획 없어요”

24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국내 펀드 계좌는 최근 1000만 개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본보 취재팀은 간접투자 시장의 성숙도를 평가하기 위해 펀드 가입자와 가입 계획이 있는 예비투자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226명 중 154명(68%)이 투자 계획조차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 장진우 자산관리지원파트장은 “지난해 중소형주 펀드가 인기를 모았지만 수익률이 높았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대형주 펀드보다 안정성이 낮다는 점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며 “펀드 판매회사들이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최근의 혼란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도 펀드 가입자 가운데 25.7%만이 “펀드에 가입하면서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고 답했다.

펀드 가입자의 대부분이 자신이 든 펀드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

장 파트장은 “자신이 든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해 보고 중소형주 펀드가 많다면 대형주 펀드와 비중을 적절히 조절해 위험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조정 끝나면 후회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가 조정기에 불안하다고 장기 투자를 포기하면 펀드 투자에서 결실을 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주가 하락기는 오히려 투자 방법을 개선하고 계획을 다시 짤 절호의 기회라는 것.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최소 3년 계획을 잡고 투자하는 것은 펀드 투자의 기본 중 기본”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보통 3, 4년을 주기로 순환하는데 1년 투자로는 기대하는 수익률을 얻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설문 응답자 중 투자 기간을 1년 이하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42.3%나 됐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3년 이상의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은 31.7%에 머물렀다.

특히 지난해 말 거치식 펀드에 목돈을 넣어 최근 수익률이 크게 나빠진 투자자들도 지금 환매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재무설계 오종윤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는 “시장 상황에 따라 돈을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이야말로 펀드 투자 실패의 지름길”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일단 투자한 돈을 성급하게 빼지 않는 원칙만 지켜도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오히려 최근 같은 주가 조정기에 펀드 투자금액을 조금 늘려 볼 것을 권했다. 여유 자금이고 처음부터 투자할 작정이었다면 뚜렷한 대안이 없는 한 환매하지 말라는 것.

KB자산운용 이원기 사장은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1,200 선을 돌파할 때도 10% 조정을 겪었지만 이후 강한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조정이 끝나면 상승세는 돌아오기 마련이므로 지금 성급하게 환매하는 투자자들은 2∼3개월 후 후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자금의 성격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 사장은 “1∼2년에 쓸 곳이 있어 원금 손실이 나면 안 되는 자금이라면 펀드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돈으로 최근 펀드에 투자했다면 환매를 고려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펀드계좌 수 추이

2005년3월5월7월9월11월
계좌수(만개)587.6652.5691.5805.2939.1
자료: 자산운용협회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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