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성공의 관건은 정부가 얼마만큼의 의지를 갖고 전략적으로 신속하게 접근하느냐이다. 지금까지 동북아 물류허브를 구축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모든 면에서 너무나 느슨하고 안일했다.
작년 12월 중국 정부는 상하이(上海)에서 32km 떨어진 섬에 세계 최대 컨테이너항을 목표로 하는 양산(洋山) 항(1단계 5선석)의 문을 열었다. 개발을 시작한 지 3년 반 만이다. 올해 말에는 4개 선석을 추가할 예정이다. 또 배후단지에 각종 물류 관련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종합적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도 갖췄다.
반면에 신항은 10년이 지나서야 겨우 1단계 3선석을 완공했다. 아직 배후 도로와 배후 물류단지는 제대로 갖추지도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문을 연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개점휴업 상태라 한다.
한때 세계 3위의 컨테이너 항만이었던 부산항은 이제 세계 5위로 내려앉았고 조만간 순위가 더 떨어질 전망이다. 부산항의 국내 물동량 증가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 항만에서 더 많은 환적화물을 유치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 항만의 급속한 시설 확장, 선사들의 중국 항만 직(直)기항 증가 등에 따라 앞으로는 환적화물 증가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최근 세계적인 물류기업이 잇달아 아시아 물류허브를 중국에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동북아 물류허브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많고 경제·사회시스템도 후진적이다. 물류허브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적절한 시설 확충, 과감한 규제 개혁, 협조적인 노사관계 정착, 차세대 물류혁신 기술을 앞서 도입해 항만 운영을 선진화한다면 신항으로 더 많은 환적화물을 유치할 수 있다.
로마의 전성시대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했다고 한다. 물류단지와 물류산업은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필수 기반이다. 우리는 아직 물류단지 개발과 물류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제조업에 비해 미약하며 관련 규제도 많다. 오늘날 싱가포르나 네덜란드가 지역 물류거점으로 기능하는 것은 과감한 물류·운송자유화 정책의 결과이다. 우리도 항만 공항을 중심으로 밀도 높고 다양한 역내 운송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중국은 고속도로를 질주하는데 우리는 삼보일배의 속도로 가선 안 된다. 전략 및 운영 방식, 그리고 의식에 있어서 근본적이며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정치권과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전일수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장·한국교통정책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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