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민동용]설 민심 “政治의 政자도 꺼내지 마라”

  • 입력 2006년 1월 31일 03시 05분


설 연휴 때 지역구를 둘러본 여야 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전하는 민심은 한마디로 ‘차갑더라’는 것이다.

정치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도 말라며 손을 젓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이 지도부를 새로 구성하는 전당대회를 20여 일 앞두고 당내 경쟁을 펼치고 있고, 한나라당은 지난해 말부터 한 달이 넘도록 개정 사립학교법 무효화 장외투쟁을 했지만 민심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에선 특히 ‘민심이 최악’이라고 전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울산의 한 초선 의원은 “요즘은 정치 잘해 달라는 의례적인 말도 없다”고 했다.

서울의 한 재선 의원은 “민원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다”며 “‘뭐 되는 게 있나’하는, 정치 전반에 대한 냉랭함이 퍼져 있다”고 난감해 했다.

경북의 초선 의원은 개정 사학법 무효화 장외투쟁과 관련해 “그동안의 투쟁으로 한나라당이 얻은 게 뭐냐며 혀를 차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말도 했다.

열린우리당 의원 중에선 “경기가 좀 나아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는 이가 꽤 있었다. 하지만 수도권 출신의 한 의원은 “장기 불황의 여파인지 복지시설에서 쌀을 좀 달라고 하더라. 지난해는 과일을 부탁하던데…”라며 바닥 경기는 여전히 냉각상태라고 토로했다.

‘정치무관심’이 심각하다는 견해는 열린우리당도 한나라당과 마찬가지였다. 전북 출신의 한 초선 의원은 “당원들조차 정치 얘기에는 도통 대답을 하지 않더라. 전당대회 당권 경쟁에도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민심이 정치 무관심을 넘어 정치 혐오 상태까지 갔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은 썰렁한 설 민심을 통과의례쯤으로 여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식의 대응으로는 “여당의 당권투쟁도, 야당의 장외투쟁도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하다”는 사람들의 냉소를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때마침 여야는 2월 1일부터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번만큼은 두 당 모두 서민의 절박한 심정이 돼서 “제발 잘 살게 해 달라”는 민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민동용 정치부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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