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로 은퇴한 구자경 LG명예회장이 만들었답니다. LG는 설 선물로 계열사 거래처에 돌렸고요.
손맛은 장맛이고 장맛은 그 집안 맛이라는데….
빌딩숲 속의 손맛과 풀숲 속에서의 손맛,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LG전자와 LG화학이 설 명절을 맞아 구자경(81) LG그룹 명예회장이 직접 개발해 생산한 된장 선물세트를 거래처에 돌렸습니다.
이 선물세트는 된장 4개와 청국장 2개가 한 세트로 3만 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LG전자는 4만 세트를 구입해 전 직원에게 나눠줬고, LG화학은 5000세트를 구입해 거래처에 전달했습니다. 몇몇 협력회사도 LG 계열사 소개로 된장 세트를 구입했다는군요.
된장을 생산 판매하는 ‘수향농산’ 측에 확인해 보니 올 설에 6만 세트가 팔렸는데, 대부분 LG 계열사와 협력회사에서 구입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명절용 선물로 도서상품권이나 LG생활용품 세트를 팀별로 자율 구매해 온 이들 회사가 올 설에는 왜 ‘회장님 된장’을 구매했을까요?
구 명예회장은 1995년 은퇴 이후 충남 천안시 연암대학 인근 수향농장에 머물며 된장, 청국장, 버섯, 만두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평소 모친의 된장 맛을 그리워하다 직접 전통음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난해부터는 주위의 권유로 생산시설을 갖추고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구자경표 된장’은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고 1년 이상 재래식으로 숙성시켜 깊은 맛을 낸다고 합니다. 구 회장이 직접 개발한 송이버섯과 만두 제품도 전통 생산방식을 고집해 품질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LG 계열사들은 “품질도 좋고 특색도 있어 선물용으로 된장을 선택했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항상 그렇듯이 뒷말을 하는 직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품의 품질과는 상관없이 ‘자칫 회사가 경영에서 물러난 회장님 눈치를 본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죠.
맛 좋은 회장님 된장이 거래처 선물로 배달되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연초 사장단 인사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보니 선물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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