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통외통위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우리는 본다. ‘NSC 상임위원장은 의장인 대통령이 상임위원 중에서 임명한다’는 법규를 들어 이 씨의 겸임을 밀어붙인다면 또 하나의 ‘오기(傲氣) 인사’로 기록될 것이다. 오죽하면 여당 의원들도 반대했겠는가.
북한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우리 외교 안보의 모든 것일 수는 없다. 통일 이후의 동북아 질서와 한국의 위상까지 염두에 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한미관계만 해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다면 정치, 군사동맹에 경제동맹의 성격이 보태지면서 한층 더 중요해진다. 남북관계를 우선시하는 입장인 통일부 장관이 외교 전반을 설계하고 주도하는 것처럼 비친다면 득보다 실이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통일부와 외교통상부 국방부 간에 입장이 갈릴 수도 있다. 예컨대 ‘민족공조’가 한미동맹의 가치와 충돌한다면 NSC 상임위원장으로서 통일부 장관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더욱이 이 내정자처럼 친북 편향의 ‘자주파’로 각인돼 있는 통일부 장관이 만에 하나 북에 치우친 결정을 주도한다면 당사국들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까지도 흔쾌히 수긍하겠는가.
NSC 문서 유출 파문을 비롯해 이 정권 3년 동안 이어진 외교 안보팀의 불협화음과 업무 처리 미숙도 통일부 장관이 NSC 상임위원장을 겸하는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 북한 전문가라는 이 내정자가 사무차장으로 월권과 독선을 일삼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NSC 상임위원장은 균형 잡힌 눈으로 외교 안보를 볼 수 있는 인물이 따로 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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