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은 중남미의 인디언, 특히 멕시코의 아스텍 족이 최초로 만들었다. 아스텍 족은 카카오나무의 열매에서 나오는 씨(카카오 콩)를 반죽 상태로 만들고 향신료를 가미해 영양가 있고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음료를 제조했다.
1502년 인디언 추장에게서 카카오 열매를 선사받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유럽인들이 초콜릿의 맛을 음미하기 위해서는 스페인의 에르난 코르테스가 1519년 아스텍을 정복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초콜릿의 맛에 매료된 코르테스는 1528년 카카오 열매를 배에 싣고 스페인으로 돌아온다. 1580년대에 스페인에 초콜릿 공장이 들어서고, 1657년 영국에 소개되어 커피와 우열을 다투게 된다. 초콜릿은 오랫동안 유럽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기호품에 머물렀으나 20세기 초부터 생산비 절감으로 일반인들이 즐기게 되어 아침식사와 어린이 간식의 기본 메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초콜릿은 영양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특성을 갖춘 식품이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섬유질이 함유돼 있고, 비타민과 필수 무기원소들도 들어 있다. 따라서 초콜릿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영양식 또는 강장제로 사랑을 받아 왔다. 예컨대 아스텍 전사들에게는 활력을 불어넣는 간식거리였다. 나폴레옹 1세는 전쟁터에서 부하들에게 일부러 초콜릿을 먹였다.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초콜릿은 미국 병사들의 1일분 식량에 포함되었다.
초콜릿은 여자들이 가장 즐기는 간식이다. 우울할 때나 실연 당했을 때, 또는 생리가 시작되기 전에 초콜릿을 마구 먹는 여성도 있다. 1982년 미국 약리학자인 마이클 리보비츠 박사는 이는 뇌에서 각성제 역할을 하는 물질인 페닐에틸아민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리보비츠 박사에 따르면 사랑의 첫 단계에서 페닐에틸아민이 뇌에 분비되기 때문에 연인들은 상대방에게 얼이 빠져 행복감에 도취되며 밤새 마주 보고 앉아 있어도 지칠 줄을 모른다. 또 페닐에틸아민이 사랑에 빠지게 하는 최음 효과가 있으므로 페닐에틸아민이 많이 함유된 초콜릿이 여자들에게 유독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이 이론이 많은 학자의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초콜릿에 성욕 항진 효과가 있다는 믿음은 널리 퍼져 있다. 아스텍 제국의 마지막 황제였던 몬테수마는 600명의 여자가 기다리는 하렘을 방문하기 전에 정력을 보강하기 위해 하루에 50컵의 초콜릿을 마셔 댔다. 18세기 유럽의 귀부인들은 정부(情夫)를 유혹하기 위해 초콜릿을 대접했다. 사상 최고의 포르노그래피 작가로 손꼽히는 사드 후작은 칸타리스를 넣은 초콜릿으로 젊은 애인들을 중독시켰다는 죄목으로 감옥살이를 했다.
칸타리스는 한방에서 반모라 불리는 까만 갑충인 가뢰에서 채취된 화학물질이다. 칸타리스는 과용하면 지속발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강력한 최음제이다. 성욕과 무관하게 음경이 계속 발기되어 있는 증상을 지속발기증이라 한다.
초콜릿에 최음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초콜릿과 사랑이 관계가 있다고 상상한다. 밸런타인데이에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소녀도 그중 하나일 터이다.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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