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 딕 아드보카트(59) 감독은 10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홈디포센터에서 훈련을 마친 뒤 “12일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는 새로운 선수들을 실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타리카전에나 16일 멕시코전에서는 독일 월드컵 본선에 데리고 갈 ‘베스트 11’을 거의 확정하겠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이날 질문이 쏟아지자 “베스트 11은 (월드컵 본선 첫 경기 하루 전인) 6월 12일 알려 주겠다”고 말했다. 그럼 후보를 포함해 독일에 갈 23명의 선수는 정했느냐고 묻자 웃으며 “5월 15일까지만 정하면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40여 일에 걸친 해외 전지훈련을 시작하면서 막판까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경쟁하도록 만들고 전지훈련 기간이 끝나 가자 독일 월드컵 본선 직전까지 주전 경쟁이 끝나지 않았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주전 경쟁에서 탈락했다고 여기는 선수들의 사기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 전날 출전 선수를 대부분 정해 놓고도 꼭 경기 당일이면 한 명씩 예상외의 인물을 선발 출전시킴으로써 선수들이 경기 직전까지 긴장하도록 해 왔다.
● “총애는 없다”… 경기 당일 예상외 인물 발탁
LA 갤럭시전에서는 가장 총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백지훈(서울)을 과감히 선발에서 뺐다. 백지훈은 이번 전훈기간 중 아드보카트 감독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칭찬을 했던 선수. ‘아들’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총애를 받았다.
전날 연습경기에서는 선발 출전자들에게 입혀 온 노란 조끼를 백지훈도 분명히 입고 있었다. 하지만 백지훈은 김두현(성남)으로 교체됐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이 일부 선수에게 “감독이 백지훈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있을 정도여서 선수들의 예민한 심리를 파악한 아드보카트 감독이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백지훈 대신 선발로 나선 김두현은 골을 넣었다. 그는 경기 도중 왼발을 삐었지만 “미드필더로서 골이든 어시스트든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무언가 보여줘야 했기에 참고 열심히 뛰었다. 골을 넣어 너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최진철(전북)은 “주전과 벤치 모두 안심하지 말라는 의미로 항상 선발 출전자는 경기 당일 미팅시간에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 어르고 달래고… 휴식-채찍-칭찬 적절히 구사
그러나 긴장만으로는 선수들이 굳어질 수 있다. 이날 발언을 마친 아드보카트 감독은 전격적으로 선수들의 외출을 허락하며 모두에게 자유시간을 주었다. 훈련을 거듭할수록 당겼다 놓았다 하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심리전이 정교해지는 것 같다.
로스앤젤레스=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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