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는 한국 자동차와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 ‘포니’가 세계에 첫선을 보인 무대가 바로 토리노였다. 1974년 포니를 개발한 현대는 그해 토리노에서 열린 국제자동차박람회에 출품해 뜻밖의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2년 뒤 에콰도르에 6대를 수출하면서 ‘현대차 신화(神話)’가 시작됐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377만 대를 팔아 세계 7위의 자동차 메이커로 발돋움했다.
▷자동차공업도시 토리노가 그 이미지를 털어 내기 위해 올림픽 개최에 눈을 돌렸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피아트는 1970, 80년대 극심한 노사분규를 견디다 못해 임금이 싼 브라질 폴란드 등으로 공장을 옮겼다. 갈수록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토리노가 자구책으로 생각한 것이 올림픽이었고, 1999년 서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노사관계가 자동차업계의 판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한때 세계 자동차시장을 지배했던 영국 회사들이 대립적인 노사관계 때문에 몰락했고, 몇 년 전 르노자동차에 넘어간 일본 닛산도 노조의 ‘100일 투쟁’이 화근이었다. 피아트도 최근 4, 5년 사이에 수만 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했으나 10위 밖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위원장도 뽑지 못하고 ‘깽판이나 치는’ 민주노총 사람들이 ‘토리노와 피아트의 교훈’을 알기나 할까.
송대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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