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측은 2008년까지 복숭아, 포도, 키위 등 피해가 예상되는 과일 재배농가의 폐업에 2600억 원을 지원한다는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복숭아는 검역문제 등으로 수입이 안 됐지만 언제 수입될지 모르니까 지원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입 물량이 없는데도 농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혈세를 낭비하면, 혈세를 제대로 쓰겠다는 전체 국민과의 약속은 어떻게 되는가.
이런 혈세 낭비는 정치권의 잘못에서 비롯됐다. 칠레와의 FTA에 따른 농업 피해 규모는 10년간 5860억 원으로 추정됐으나 2004년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은 7년간 1조2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선심경쟁의 결과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재발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올해 시작되는 미국과의 FTA 협상이 내년 초 타결돼 국회 비준에 부쳐질 경우 대선 국면에서 정치권이 같은 행태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농업대책보다 더 우려되는 분야는 복지대책이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것처럼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이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받았는가 하면 장애인 액화석유가스(LPG) 보조금, 저소득층 연탄 보조금 등이 엉뚱한 곳에 지원되는 경우가 잦다. 지난해에는 가짜 실업자 1만 명에게 실업급여를 준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정부는 복지지출 총액을 늘리기보다 이런 배달사고를 막기 위한 국민소득 파악 등 정책 인프라 구축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올해 53조 원에 이르는 복지예산 지출이 그나마 국민의 신뢰를 얻을 것이다. 퍼주기 식 지원은 ‘나랏돈은 공돈’이라는 인식만 키우고 수혜자의 자활의지마저 무너뜨린다. 농민이든 실업자 또는 영세민이든 지원 대상을 제대로 찾아 제 몫만큼 지원해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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