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이해찬 국무총리는 어제 국회에서 “참여정부 국무위원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엄정 중립을 지키겠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도 “선거사범 수사에서 좌우, 여야에 치우치지 않겠다”고 했다. 이 장관의 행보뿐 아니라 감사원의 지방자치단체 감사 결과 발표와 행정자치부의 서울시에 대한 감사 방침을 두고 ‘정치공작’ 의혹까지 제기되는 마당이라 이 총리와 천 장관의 다짐은 공허하게 들린다.
그중에서도 이 총리는 이 장관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야당의원의 국회 질문에 “언론 보도만 보고 뭐라 말할 수 없다”며 “일부 언론은 보도가 아니고 악의적 왜곡이어서 신문을 안 보는 게 세상을 오히려 옳게 보는 것이다”라고 또 ‘오버’했다. 그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여당의원들조차 청와대를 향해 “이제 언론 탓은 그만하라”고 꼬집었지만, 이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이 총리는 역시 난형난제(難兄難弟)다.
노 대통령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지지를 유도하는 발언을 했다가 선관위의 경고를 받아 스스로 탄핵 파동을 불렀다. 정권 측이 이런 독선(獨善)을 버리지 않는 한 이번 지방선거도 관권(官權)선거 시비를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선거를 총괄하는 총리와 선거사범 수사 주무장관인 법무부 장관이 정치인으로 현직 국회의원인 것도 헌정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특히 이 총리는 ‘엄정 중립’을 말하면서도 선관위의 경고를 받은 이 장관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오히려 신문과 국민을 이간시키는 폭언을 했다. 정부가 진정으로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뜻이 있다면 이런 총리부터 경질해야 옳다고 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