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일본의 ‘얼음 태풍 프로젝트’

  • 입력 2006년 2월 25일 02시 59분


예쁜 옷을 입고 싶어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던 아라카와 시즈카(사진)는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은메달리스트 이토 미도리가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아시아 최초의 ‘피겨 여왕’에 등극했다.

‘얼음 여왕’이라는 별명답게 연기를 펼치는 4분여 동안 무표정으로 일관했던 아라카와는 전광판에 191.34점이 찍히자 비로소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렸다.

아라카와의 피겨 여왕 등극은 일본스케이트연맹(JSF)의 12년에 걸친 ‘얼음 태풍 프로젝트’가 마침내 결실을 본 것. JSF는 1994년부터 8∼12세의 피겨 유망주 100여 명을 뽑아 세계 최고 수준의 코치와 안무가, 해외 훈련 시설을 적극 지원해 왔다.

아라카와는 바로 이 프로젝트의 1기생. 이번 대회 15위에 그쳤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쿼드러플(4회전) 성공 기록을 보유 중인 안도 미키(19)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했다.

아라카와는 1년에 5종류의 3회전 점프 기술을 선보이고 일본주니어선수권에서 3연패하는 등 ‘천재’로 각광받았지만 고교 1학년 때인 1998년 나가노 대회 때 13위에 그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때는 대표선발전에서조차 탈락했다. 하지만 아라카와는 2004년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선수로 한 단계 도약했다. 이 대회에서 ‘트리플(3회전)-트리플(3회전)-더블(2회전)’ 콤비네이션을 성공시켜 여자 피겨 기술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우승을 차지한 것. 아라카와는 지난해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도 9위에 그치는 등 슬럼프를 겪었지만 자신에게 마지막 무대가 될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토리노=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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