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여왕’이라는 별명답게 연기를 펼치는 4분여 동안 무표정으로 일관했던 아라카와는 전광판에 191.34점이 찍히자 비로소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렸다.
아라카와의 피겨 여왕 등극은 일본스케이트연맹(JSF)의 12년에 걸친 ‘얼음 태풍 프로젝트’가 마침내 결실을 본 것. JSF는 1994년부터 8∼12세의 피겨 유망주 100여 명을 뽑아 세계 최고 수준의 코치와 안무가, 해외 훈련 시설을 적극 지원해 왔다.
아라카와는 바로 이 프로젝트의 1기생. 이번 대회 15위에 그쳤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쿼드러플(4회전) 성공 기록을 보유 중인 안도 미키(19)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했다.
아라카와는 1년에 5종류의 3회전 점프 기술을 선보이고 일본주니어선수권에서 3연패하는 등 ‘천재’로 각광받았지만 고교 1학년 때인 1998년 나가노 대회 때 13위에 그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때는 대표선발전에서조차 탈락했다. 하지만 아라카와는 2004년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선수로 한 단계 도약했다. 이 대회에서 ‘트리플(3회전)-트리플(3회전)-더블(2회전)’ 콤비네이션을 성공시켜 여자 피겨 기술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우승을 차지한 것. 아라카와는 지난해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도 9위에 그치는 등 슬럼프를 겪었지만 자신에게 마지막 무대가 될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토리노=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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