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2시 55분 국회 본회의장. 열린우리당 김선미(金善美) 의원이 대정부질문을 하기 위해 서두를 꺼내자마자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이 “김 의원님, 잠시 중단해 주십시오”라고 제지했다.
의아해하는 김 의원에게 김 의장은 “의사정족수가 되지 않았으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20분이 지나서야 재적의원 5분의 1(58명)인 의사정족수를 겨우 맞출 수 있었고 김 의원은 다시 질의를 시작했다.
대정부질문 닷새 동안 의사정족수가 될 때까지 의원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느라 매번 본회의가 20∼30분 늦게 시작됐다. 김 의장이 의원들에게 “제시간에 출석해 달라”고 거듭 재촉했지만 소용없었다.
지방선거를 앞둔 의원들은 ‘지역구 일이 바쁘다’, ‘어차피 의원회관에서 폐쇄회로 TV로 보면 된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본회의장에 가지 않았다. 심지어 한나라당은 대정부질문 도중 의원총회를 한다며 그나마 자리를 지키던 소속 의원들을 빼내가기도 했다.
국회가 정부를 감시 견제하는 중요한 방법의 하나인 대정부질문이 실망스러웠던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정치 외교 안보 경제 사회 교육 분야의 현안이 산적했음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구속된 브로커 윤상림 씨와 3년 전 서너 번 골프한 것과 후원금 받은 일을 닷새 내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는 이 총리도 한나라당의 공격을 자초한 측면이 있었다. 결국 이 총리와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지난달 28일 서로 인신공격을 해대며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정부 정책의 효율성과 실효성을 추궁하는 질의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대신 야당의 비판을 받는 총리와 각 부처 장관을 옹호하거나 한나라당을 공격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질의가 아니라 연설을 하는 듯한 의원도 적지 않았다.
2일은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 대정부질문은 끝났지만 처리해야 할 안건은 수두룩하다. 이날은 얼마나 늦게 본회의가 시작될지 눈여겨볼 일이다.
민동용 정치부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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