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자부 장관과 기업인들의 사뭇 다른 관심

  • 입력 2006년 3월 3일 03시 06분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은 어제 대한상공회의소 조찬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수출과 내수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라고 말했다. 일자리, 소득, 지역의 양극화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국 사회가 모든 분야에 걸쳐 ‘잘나가는 소수’와 ‘뒤처진 다수’로 쪼개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자리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350여 명의 기업인이 참석했다. 정 장관은 기업인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올해 어젠다를 전파한 셈이다.

‘양극화 교육’을 받은 기업인들이 정 장관에게 던진 질문은 양극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 기업인은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며 중국의 추격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환율이 급락하는데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용허가제 도입에 따른 산업연수생 제도 폐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달러당 원화 환율의 하락, 고임금, 중국의 저가(低價) 공세 앞에 대기업 중소기업 구분 없이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600대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59%가 ‘환율이 달러당 970원 안팎일 경우’ 가격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답했다. 2일 원-달러 환율은 969.10원으로 마감됐다. 1일부터 시작된 철도파업도 수출업체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정보통신과 가전제품 등이 주(主)타깃이다. 1, 2월 10억3800만 달러에 그친 무역수지 흑자는 더욱 줄어들 우려가 높다. 고유가를 비롯해 에너지 문제도 심도 있는 단·중·장기 대책을 필요로 한다. 세계는 지금 산업전쟁 중이고, 무역전쟁 중이며, 에너지전쟁 중이다.

산업, 교역,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정 장관이 기업인들 앞에서 양극화 강의나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양극화 유세(遊說)는 정 장관이 아니라도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넘치도록 하고 있다. 정 장관은 소관 업무인 수출입과 무역흑자 관리,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에너지 수급 안정화 등의 일을 하기에도 잠잘 시간이 모자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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