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타 의원의 ‘아니면 말고’식 폭로는 민주당의 존립 기반을 흔들 정도로 파문이 크다. 당 지지율이 25%에서 17%로 급락했고, 마에하라 세이지 대표는 퇴진 위기에 몰리고 있다. 민주국가 정당정치의 본질이 ‘책임과 신뢰’임을 일깨워 주는 사례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딴판이다.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 측이 제기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측근의 20만 달러 수수설’ ‘이 총재 아들 병역비리 은폐 의혹’ ‘이 총재 부인 한인옥 씨의 기양건설 로비자금 10억 원 수수설’ 등 이른바 3대 의혹은 법원에 의해 모두 거짓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현 여권의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사과나 해명도 하지 않았다.
그 해 8월 이해찬 의원은 “병풍(兵風) 의혹을 인지(認知)수사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발언해 달라는 요청을 검찰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이 의원과 검찰 일각의 ‘폭로전 공조’ 의혹이 제기됐지만 흐지부지됐고, 이 의원은 국무총리가 됐다. ‘병풍 유도 발언’을 요청한 당사자로 지목됐던 박영관 서울지검 특수1부장은 최근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민주당 ‘기양 특위’ 위원장으로 한 씨를 검찰에 고발했던 천정배 의원은 지금 법무부 장관이다.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나 유력 대선주자의 사생활 및 금품 수수 의혹 등을 둘러싼 루머가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검증 불가능한 허위 폭로로 선거 판도를 바꾸려는 작태가 재연될 조짐이다. ‘악의적 날조’ 가능성마저 있는 폭로에 관련된 사람들이 단죄되기는커녕 영달을 누리는 현실이 또 다른 ‘음험한 폭로’를 부채질하는 것은 아닐까.
현 정권은 입만 열면 ‘정치개혁’을 성과로 내세우지만 거짓 폭로가 발붙이지 못하는 정치 풍토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정치개혁의 선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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