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이 철도공사가 되면서 국회의원들의 철도 무임승차도 불가능하게 됐다. 그런데도 철도공사는 의원들의 ‘불법’ 무임승차 관행을 적극 문제 삼지 않고 연 5503명, 3억 원 안팎을 서비스해 왔다고 한다. 그러고는 돌연 천문학적인 숫자의 적자 타령을 하면서 ‘국회의원들도 적자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식으로 터뜨렸다. 민주노동당 의원 9명은 부랴부랴 무임승차 철도카드를 일제히 반납하면서 그동안의 ‘특권적 이용’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일견 멋진 장면이었다.
▷한나당 이계진 대변인은 “철도공사가 공사화에 따라 요금을 내야 한다고 알렸다면, 국회의원들이 공짜로 타자고 우겼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문화(死文化)돼 버린 국회법의 무임승차 근거를 개정하는 작업에 나섰다. 그러자 민노당 의원들은 웬일인지 서명해 주지 않았다. ‘남이 하는 개혁’이어서였을까. 더 코미디 같은 것은 “자기가 안 탄다고 동료의원도 못 타게 하나?” “같은 의원끼리 이런 몰상식한 법안을 내나?” 하는 다른 당 의원들의 차가운 반응이다.
▷특권 의식에 사로잡히면 사리 분별도 안 되는 것일까. 국회법을 그대로 두더라도 무임승차를 할 수 없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의원들의 무지(無知)와 무감각이 더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인터넷의 백과사전에 들어가서 ‘무임승차’ 넉 자를 쳐 보라. 당장 사기죄가 되고 경범죄로 처벌되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남을 속여서 이득을 취하는 사기, 그리고 새치기나 무전취식(無錢取食) 같은 경범죄 반열에 드는 범죄인 것을.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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