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44번 문제가 좀 특이했다.
(144) 로스쿨에서 좋은 성적(high mark)을 받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① 좋은 로펌에 취직할 수 있다.
② 훌륭한 법률가(good lawyer)가 될
것이다.
③ 로스쿨 모범생이다.
④ 시험을 잘 치렀다(good at taking
law school exam).
아마도 교수는 마지막 시험 문제를 통해서 로스쿨 성적은 성적이고, 훌륭한 법률가가 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미국 로스쿨이 치열한 경쟁으로 학생들을 ‘법 기술자’로 내모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많은 로스쿨 교수는 법률 지식보다 인격적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긴다.
본보 6일자 A1면에 소개한, 한국 아이 10명을 입양해 성공적으로 키운 윌리엄 힉스 미국 인디애나대 로스쿨 명예교수도 그런 사람이다. 그는 학문적으로도 뛰어나고 강의도 잘했지만 그가 학생들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친절과 사랑이었다. 언제 누가 찾아가도, 아무리 바빠도, 어떤 질문을 해도 다 들어 주고 그에 필요한 정보와 대답을 주었다. 지난해 그의 정년 퇴임식에서 동료 교수는 그런 그를 일컬어 ‘정보 브로커(Information Broker)’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 대한 정보는 드러내지 않았다. 그가 한국 입양아를 키우고 있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10명이나 입양했다는 사실은 한국 학생들도 몰랐다.
힉스 교수 기사가 보도된 뒤에 왜 한국 아이들만 그렇게 많이 입양했느냐고 묻는 분이 많았다.
1970년대 초 미국 사회에서는 베트남에서의 잔혹한 전쟁에 대한 반성으로 베트남 어린이 입양 바람이 불었다. 힉스 교수도 처음에 베트남 아이를 입양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베트남 아이는 수요가 너무 많아 입양 부모들이 대기 상태였다. 반면 한국 아이들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더 소외된 한국 아이들을 입양한 것이다.
‘이상한’ 시험 문제를 낸 재산법 교수는 수업 시간에 노래를 틀어 주곤 했다. 사냥꾼 A가 쏜 총에 맞고 달아나다 쓰러진 여우(fox)를 사냥꾼 B가 발견한 사건에서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한 판례를 다루는 시간에 지미 헨드릭스의 ‘폭시 레이디(Foxy Lady)’라는 노래를 틀어 주는 식이었다.
그 교수는 마지막 수업을 끝내며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답(Blowing in the Wind)’이라는 노래를 들려줬다. 그 노래의 시작과 끝은 이렇다.
‘얼마나 먼 길을 걸어 봐야 사람은 비로소 인간이 될 수 있을까. … 바람만이 그 답을 알겠지.’
이수형 사회부 차장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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