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감독잡는 6강 스트레스

  • 입력 2006년 3월 8일 03시 05분


KCC 허재(41) 감독은 현역 시절 강한 체력으로 유명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권유로 엄청난 양의 뱀을 먹은 효과도 봤지만 타고난 강골이다.

휴가를 다녀온 뒤 운동을 재개하면 다른 동료 선수들은 근육통에 시달려 파스 뿌리기 바빴는데 허 감독만큼은 끄떡없었다.

소문난 주당인 그는 밤새 술을 마시고도 다음 날 코트에서 펄펄 뛰어다녔다. 그와 한솥밥을 먹었던 신기성(KTF)은 “술 마시면 며칠 지나야 정상 컨디션을 되찾는 게 보통인데 정말 놀랍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강철 같은 체력으로 숱한 일화를 남긴 허 감독은 사령탑으로 데뷔한 올 시즌에는 ‘종합병원’이라도 된 것 같다.

‘초보 감독’으로 처음 경험해 보는 스트레스가 심해 몸 이곳저곳에 탈이 난 것. 어느 한 경기도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치열한 접전 상황 속에서 연일 피 말리는 승부를 벌이다 보니 마음 고생이 심하다.

얼마 전까지 그는 난생 처음 피부과를 다녀야 했다. 양쪽 손바닥과 등에 심한 두드러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허물이 벗겨지고 진물이 나오면서 한동안 악수조차 꺼려야 했다.

피로가 쌓이면서 얼굴이 까매졌다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

얼굴이 빨개질 때도 잦다. 몸에 열이 많아 그런 것인데 괜히 ‘술 마셔서 그런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경기 때 KCC 벤치에는 늘 휴지가 있다. 비염이 심해진 허 감독이 틈만 나면 코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답답한 속을 풀려고 담배를 자주 찾다 보니 하루에 세 갑 가까이 피우고 있다. 그나마 경기에서 이긴 날은 모처럼 발이라도 쭉 뻗고 잘 수 있지만 패하기라도 하면 밤늦도록 ‘복기’를 하며 담배 연기만 뿜어 댄다.

건강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허 감독은 최근 KCC가 5연승을 달릴 때는 ‘보약’이라도 먹은 것 같았다. “배우는 과정이 쉽지 만은 않네요. 선수 때처럼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고…. 그래도 이겨 내야죠.”

‘초보 감독’의 힘겨운 통과의례는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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