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제 와서 경영권 방어대책 필요하다고?

  • 입력 2006년 3월 8일 03시 05분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어제 “국가 기간(基幹)산업이나 한국 대표기업들에 대해서는 외국 기업이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데 대해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기자본이 일반 기업을 상대로 한탕한 뒤 빠져나가는 것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년간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무얼 하고 있다가 임기 만료 이틀을 앞두고서야 이런 말을 하는가. 그의 ‘기업 지배구조 정책’은 외국 투기자본과 기업사냥꾼들로 하여금 한국에서 활개 치도록 부채질한 요인의 하나가 아니었던가.

강 위원장은 주식 분산과 소유·경영 분리가 모범적 지배구조의 필수조건이라도 된다는 듯이 기업들을 이 방향으로 몰아붙였다. 기업 지배구조 문제는 세계적으로 정답이 없는데도, 2003년 12월에는 이른바 지배구조 지수라는 것을 만들어 그 일방적 잣대에 따라 출자총액 규제 제외 여부를 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지난달에는 “KT&G가 (칼 아이칸 씨의) 도전을 받는 과정에서 기업경영과 지배구조는 튼튼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실은 어떤가. KT&G는 미국의 기업사냥꾼 아이칸 씨의 공격을 받아 경영권 위기 상태로 몰리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58개 상장기업의 외국인 지분이 국내 최대주주의 지분보다 훨씬 많아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국처럼 외국인의 적대적 M&A에 무방비로 노출된 나라는 거의 없다는 게 전경련의 분석이다.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은 “KT&G 다음에 포스코가 (기업사냥꾼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최근 “지배구조 우량기업인 KT&G 사태를 보면서 포스코도 언제 적대적 M&A를 당할지 몰라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곳곳에 M&A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대응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이제 와서 ‘경영권 방어 대책’을 입에 올리는 강 위원장을 보면서 기업인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그는 이런 말 한마디 한 것으로 편히 잠잘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많은 기업인은 앞으로도 불면(不眠)에 시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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