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위원장은 주식 분산과 소유·경영 분리가 모범적 지배구조의 필수조건이라도 된다는 듯이 기업들을 이 방향으로 몰아붙였다. 기업 지배구조 문제는 세계적으로 정답이 없는데도, 2003년 12월에는 이른바 지배구조 지수라는 것을 만들어 그 일방적 잣대에 따라 출자총액 규제 제외 여부를 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지난달에는 “KT&G가 (칼 아이칸 씨의) 도전을 받는 과정에서 기업경영과 지배구조는 튼튼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실은 어떤가. KT&G는 미국의 기업사냥꾼 아이칸 씨의 공격을 받아 경영권 위기 상태로 몰리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58개 상장기업의 외국인 지분이 국내 최대주주의 지분보다 훨씬 많아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국처럼 외국인의 적대적 M&A에 무방비로 노출된 나라는 거의 없다는 게 전경련의 분석이다.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은 “KT&G 다음에 포스코가 (기업사냥꾼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최근 “지배구조 우량기업인 KT&G 사태를 보면서 포스코도 언제 적대적 M&A를 당할지 몰라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곳곳에 M&A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대응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이제 와서 ‘경영권 방어 대책’을 입에 올리는 강 위원장을 보면서 기업인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그는 이런 말 한마디 한 것으로 편히 잠잘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많은 기업인은 앞으로도 불면(不眠)에 시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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