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준수]‘물류상인’ 육성으로 항만 활성화를

  • 입력 2006년 3월 10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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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진해 지역의 신항이 고전하고 있다. 5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문을 연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이용하는 선박이 없어서다. 여기에다 2011년까지 10조 원가량을 더 투자해 27개 선석(船席·선박이 작업하는 자리)을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물량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혈세를 낭비하는 대표적 사례가 될 처지다. 역시 이용 선박이 많지 않은 광양항 투자액까지 합치면 그 낭비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것이다. 마케팅이나 배후 물류단지 개발과 같은 소극적인 정책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층 더 혁신적인 방안과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

한국 중국 일본 3국은 천연자원을 제외하고는 생산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최저가품부터 최고가품까지의 상품을 경쟁력 있게 생산할 수 있다. 3국에 흩어져 있는 생산요소들을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물류시스템만 갖추고 있다면 세계 어떤 시장이라도 공략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점을 노려 한국이 물류 중심지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필자는 이를 위해 정책적으로 ‘물류상인’을 육성할 것을 제안한다. 물류상인은 세분화된 시장 수요에 맞춰 각 시장에 맞는 제품을 선별 생산할 수 있도록 매개 역할을 하는 기업인이다. 그는 각 제품 생산에 맞는 원료를 국내로 들여오고(인바운드), 생산된 제품을 목표 시장에 적시에 팔 수 있는(아웃바운드) 물류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물류상인 육성을 위해서는 이들이 독창적으로 개발한 ‘물류 시스템’을 하나의 상품으로 인정하고 특허 제품처럼 보호해 주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창의적인 기업인들이 도전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현재 선박, 터미널 등 거대한 하드웨어를 소유한 물류기업들은 몸집이 너무 무겁다. 역동적인 작은 개인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서 선박회사나 항만과 계약을 하고 ‘물류 시스템 서비스’를 마치 상품처럼 파는 ‘물류 상품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우리 항만이 새로운 도약을 맞을 수 있다.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

전준수 서강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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