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대근]향군(鄕軍)

  • 입력 2006년 3월 10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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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당시 유엔군 총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는 군사전략가로서뿐만 아니라 문장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1951년 4월 19일 미국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의 고별(告別) 연설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최고 군인으로서의 신념과 자신을 해임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 대한 감정을 절묘하게 교직(交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제가 이 연단에 선 단 한 가지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조국에 대한 봉사입니다”로 시작해 군가(軍歌)의 한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연설을 맺었다. “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고.

▷지난해 일부 진보단체가 인천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동상 철거운동에 나서자 정회원 113만 명, 준회원은 537만 명이 넘는 제대군인 모임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가 일어섰다. 향군에 있어 동상 철거 주장은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었다. “전쟁에서는 승리 이외에 다른 대안(代案)이 있을 수 없다”는 맥아더의 말을 다시 떠올렸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들고 나왔을 때 반대운동에 앞장선 것도 향군이었다.

▷올해도 향군은 안보의식 제고를 주요 사업 계획의 하나로 잡았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안보교육활동과 정책연구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 계획은 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와의 예산 협의 과정에서 백지화됐다. 향군의 고유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안보활동비가 전액 삭감된 것이다. 향군은 핵심 부서인 안보국을 다른 부서와 통폐합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군은 보훈처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자체 결정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를 믿을 사람은 없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은 “국고 지원을 받는 향군이 안보를 명분으로 대규모 반(反)정부 집회를 여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보훈처에 관련 예산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노 정권의 ‘향군 길들이기’다. 그 결과 향군의 활동에서 이제 ‘안보’가 사라질 판이다. 향군이 안보를 빼고 존재할 수 있을까.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송대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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